엄마 어디갔어‥나 추워이혼한 뒤 딸 이쿠코의 양육권을 놓고 전 남편과 소송중인 요시미는 딸과 함께 낡은 아파트로 이사온다. 이사를 온 뒤 발견한 천장의 얼룩은 점점 커지면서 방으로 물이 샌다. 처음 집을 보러왔을 때 굴러다니던 유아용 빨간 가방은 버려도 버려도 계속 발견되고 수도꼭지에서는 머리카락 뭉텅이가 빠져 나온다. 또 아무도 살지 않는 윗층에서는 아이가 뛰는 소리가 나는 등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요시미를 점점 옥죄간다.<검은 물 밑에서>는 <링>의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링>의 원작자인 스즈키 고지의 단편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링>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는 공포영화에서 자주 이용하는 기습적인 효과음이나 카메라의 장난이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손바닥만한 얼룩이 소리없이 넓어지는 것처럼 공포는 사소한 일상에서 스멀스멀 기어올라와 결국 몸 전체를 떨게 만든다.영화는 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온 엄마와 함께 친구들이 모두 떠난 유치원에서 홀로 엄마를 기다리는 이쿠코와 어렸을 적 요시미의 같은 기억을 병치시킨다. 거기에 윗층에 살다가 실종된 아이의 모습을 겹쳐 놓는다. 엄마의 따뜻한 품을 상실한 아이의 불안과 분노가 천장의 얼룩으로, 거기서 떨어지는 물방울로, 그리고 급기야 아파트 전체를 뒤덮는 물바다로 증폭된다. 이처럼 서서히 퍼져가다 급기야 폭발해버리는 공포는 공포를 일으키는 대상에 대한 연민으로 이어진다. 감독은 공포를 단순한 말초신경의 변화가 아니라 불안과 절망, 연민같은 인간의 깊숙한 감정들과 연결시켜 보여준다.그러나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는 공포영화의 상투적 관습에서 이 영화 역시 그다지 자유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희생자는 엄마를 기다리다가 목숨을 잃은 어린 아이다. 아이를 떼어놓을 수 밖에 없는 엄마를 영화는 무조건 비정한 모정으로 몰아간다. 21일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