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짜리 출품작 500편 릴레이 상영전세계에서 500명의 젊은 영화인들을 한자리로 불러모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초심을 기억하라'라는 주제로 올해 처음 열린 베를린영화제 탤런트 캠퍼스는 그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베를린영화제가 열리는 포츠담 플랏츠 지역에서 자동차로 10분 안짝이면 가닿는 티어가르텐 공원 숲 속의 국제문화회관. 이곳은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 동안 열린 베를린의 `국제영화학교'의 터전이 되었다. 2천여 명의 지원자 가운데 선발된 61개 나라 500명의 `학생'들은 강의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이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독일 학생이 150명, 영국이 78명, 미국 32명 등 유럽과 미국 쪽 학생이 많다. 한국쪽 참가자는 2명. 감독, 시나리오 작가, 프로듀서 등 `직종'이나 희망직종도 다양하다. 모두들 1분짜리 단편영화를 제출해 선택됐다. 항공료 일부와 숙박이 제공됐다. 빔 벤더스와 데니스 호퍼, 폴커 슐렌도르프, 톰 티크베어 등을 비롯한 현역 감독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세미나 강사로 나섰다. 500명이 함께 하는 오전의 대강의가 끝나면 영역 별로 나뉘어 30~40명 단위의 세미나나 워크숍이 열린다.“세계적 영화인들을 직접 만나서 강의를 듣는 것도 매력이지만, 준비한 작품의 제안서 등을 보여주고 조언을 구할 수 있어서 유익하다”는 것이 한국 참가자 김태식씨의 얘기. 첫 강의의 테이프를 끊은 빔 벤더스는 청하는 학생들의 1분짜리 작품들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조언을 하기도 했다. 부산영화제의 프로젝트 마켓인 부산프로모션플랜(PPP)의 정태성씨는 지난 12일 `프로젝트 개발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강사로 로테르담영화제와 토론토영화제 등의 담당자들과 함께 강의에 나섰다. 13일 저녁엔 500편의 출품작들이 릴레이 상영됐다.첫 시도라서 워크숍 자릿수가 모자라 참가자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흠도 있었다. 하지만, 일단은 서로 모여서 네트워크를 만든다는데 가장 큰 기대가 걸려 있다.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홈페이지 대화방에서는 그 무리짓기가 왕성하게 이루어졌다. 탤런트 캠퍼스의 미래는 만남 그 자체에서 출발한다는 얘기.
베를린/안정숙 기자 nam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