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의 특별프로젝트 '디지털 삼인삼색'의 제작발표회가 17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열렸다.`디지털 삼인삼색`은 3명의 감독이 각각 디지털 단편영화를 만든 뒤 극장용 장편영화로 묶어 상영하는 프로젝트.첫회 영화제부터 운영돼 지난해까지 박광수, 문승욱, 지아장커(중국), 차이밍량(대만), 존 아캄프라(영국) 등 9명의 감독이 참여했으며 지난해에는 3회 프로젝트 `전쟁 그 이후`가 제55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의 비디오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올해 프로젝트에 참여할 감독으로는 한국의 박기용(42), 이란의 바흐만 고바디(38), 일본의 아오야마 신지(38)가 선정됐다.각 감독들은 5천만 원씩의 제작비를 지원받아 30분 분량의 작품을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제작한다. 주제나 소제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김은희 프로그래머는 “디지털 삼인삼색은 어떤 영화제에도 없는 전주영화제의 특징적인 프로그램으로 상업성이 강조되는 영화계의 풍토에서 영화 작가들의 숨통을 트게 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소개하며 “각 감독들은 새로운 표현 수단인 디지털을 이용 제작하면서 디지털 영화만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제작발표회에는 박기용, 아오야마 신지가 참석했으며 현재 이라크 접경지역인 이란의 쿠르디스탄에서 촬영 중인 바흐만 고바디는 비행기편을 구하지 못해 불참했다.다음은 각 감독들과 일문일답. 고바디 감독과는 E-메일을 통해 문답을 주고받았다.◆박기용 = <그 섬에 가고싶다>(박광수), <한국영화, 씻김>(장선우) 등의 프로듀서를 맡은 바 있는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낙타(들)>(사진)로 스위스 프리브루 영화제에서 대상을 차지했으며 로테르담, 베를린, 토론토 영화제 등에서 호평받은 바 있다. `디지털 삼인삼색`에서는 <디지털 탐색>을 연출한다.--촬영 내용은 무엇인가.▲일단 시나리오를 정하지 않고 촬영을 시작했다. 디지털 영화의 작품을 의뢰받고 디지털 카메라로 서울을 탐색하는 나 자신을 촬영할 계획이다.<낙타(들)>때 느꼈던 점을 다시 되짚어보고 디지털이란 매체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다. 디지털이라는 매체에 대해 관심도 많았고 강의를 하기도 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이에 대해)내가 아는 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번 작업을 통해 디지털로 영화를 계속할지 안 할지가 결정될 것 같다.--디지털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와 어떤 차이가 있나.▲연필과 볼펜, 만년필은 필기도구라는 사실은 같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다른 도구다. 원고지를 이용해 시나리오를 쓸 때는 잘못 됐을 경우 종이를 찢어가면서 수정하지만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쉽게 고칠 수 있다. 35㎜와 16㎜를 사용할 때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할 때의 차이도 비슷하다. 수단의 차이 이후부터가 궁금하다.--<낙타(들)>에서는 디지털 카메라의 역동성을 배제하고 정적인 화면을 사용했다.▲<낙타(들)>은 필름과 같은 작업방식을 사용했지만 시나리오 없이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촬영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고 디지털로 영화를 한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아오야마 신지 = 95년 첫 장편영화 <헬프리스>로 일본영화 프로페셔널 대상에서 작품상을 차지한 바 있는 아오야마 신지는 2000년 장편영화「유레카」로 칸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고 2001년 <달의 사막>으로 2년 연속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일본 대표할 만한 차세대 감독으로 떠오르고 있다.`디지털 삼인삼색`에서 연출하는 영화는 <데스페라도 언더 더 이브스>(처마 밑의 부랑자).--제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비 내리는 거리에서 술에 취한 부랑자가 자고 있는 미국 서부극의 풍경에서 따왔다. 20대 중반 실업 상태에서 돈도, 애인도 없이 술만 먹으며 세상을 욕하던 내 자신의 경험을 이번 기회를 통해 영화화 하고 싶다.--`디지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외국 사람들과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 좋다. 일본에만 있으면 머리가 굳어지는 느낌이다.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같이 작업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가. ▲영화제작을 해 보니 영화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큰 일`인 지를 알것 같다. 돈도 많이 들고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큰 것에만 치우치니 작은 것은 잊고 사는 것 같다. 디지털로만 찍을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영화에 담고 싶다.◆바흐만 고바디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밑에서 조감독 생활을 했으며 <고향의 노래>로 깐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으며 <술 취한 말들의 시간>이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다프>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어떤 영화인가.▲3명의 부인과 11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한 거리 음악가가 다프(양피로 만들어진 이란 악기)를 만들어 팔고, 연주하며 또 사람들을 모아 가르치며 음악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현재 2주 정도 촬영 스태프들을 꾸렸고 앞으로 2주에 걸쳐 촬영된다. 완성된 2장의 스크립터를 바탕으로 해 현장에서 쓴 시나리오로 제작된다.--디지털 영화의 장점과 단점은 어떤 것이 있나.▲디지털 필름 메이킹은 35㎜작업에 비해 작업과정이 간단하고 스태프의 인원이 적으며 작업 속도가 빠른 장점이 있지만 화면의 선명도와 원근감을 뚜렷하게 표현하기 힘들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