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시절에 대한 나지막한 읊조림, 위안부 기억의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 그리고 지난 세월의 회한이 묻어 난 눈물...꽃다운 청춘을 일본군에게 유린당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이 한 편의 영상 프로그램으로 되살아났다.`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는 16일 위안부 할머니 15명의 증언이 담긴 영상물을 제작, 홈페이지(www.k-comfortwomen.com)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침묵의 외침`이란 제목으로 공개했다.여성부의 용역을 받아 정대협측은 지난해 5월부터 8개월간 서울을 비롯, 경기, 충청, 전북, 전남, 경남 등 할머니들이 계신 방방곡곡을 찾아 다니며 한 서린 증언을 영상에 담았다.20여분 분량으로 편집된 영상물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어린 시절과 위안부로 끌려가게 된 계기, 위안부로서의 고통스런 생활 그리고 귀국 이후의 삶과 바라는 점 등으로 구성됐다.“집이 찢어지게 가난해서 순사가 고무신이랑 쌀밥 준데서 따라간건데..느닷없이 손님을 받으라데”(최갑순 할머니), “귀국한 뒤 억지로 결혼해서 살다가 정부에서 위안부 신고하라는데 그말을 차마 입에 못담겠어”(김순덕 할머니).`아픈 역사`로 점철된 증언이 이어진다. “일본 정부에 그랬지. 몸값은 싫소, 내 청춘 돌려주면 받겠소”(황금주 할머니), “다시 여자로 태어난다면 돈도 필요 없고 농사 지으며 그냥 그렇게 평평하게 살거야”(이옥금 할머니).이번 영상물은 위안부 할머니 대부분이 고령(80대)으로 정대협 활동 이후 지난 11년동안 6명이 숨졌고 지난해만도 모두 11명이 유명을 달리하는 등 갈수록 증언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윤미향 정대협 사무처장은 “군 위안부 문제는 전쟁을 통해 여성의 인권이 어떻게 유린됐는지를 확인시켜 주는 선명한 사례인만큼 할머니들의 얘기가 잊혀져서는 안된다”며 “어떤 상황이든 이처럼 인권을 짓밟은 폭력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기록으로 남기고 되새기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정대협측은 이번 영상물 제작과 공개로 영상 문화와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향후 할머니들의 영상물을 사장시키지 않고 역사 교육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