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조직 잠입하는 경찰, 경찰학교 들어간 조직원경찰학교생이었던 진영인(양차오웨이)은 범죄조직 잠입임무를 받는다. 처음엔 3년만, 또 3년, 또 3년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의 신분을 알던 두 사람 가운데 이젠 강력반 황국장(황추생)만이 남았다.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고통은 유건명(류더화)도 마찬가지다. 범죄조직 삼합회의 보스 한침(증지위)에 발탁돼 18살에 경찰학교에 들어간 그는 10년간 겉으론 냉철하고 뛰어난 경찰로, 안으론 충실한 조직원으로 살아가고 있다.불교에서 ‘무간’은 18층 지옥 가운데 가장 낮은 층의 지옥으로 영원히 죽지않는 곳이라 한다. 삼합회를 일소하려는 경찰의 대대적 작전이 벌어지던 중 황 국장이 죽음을 맞는다. 유일하게 이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던, ‘아버지’와도 같은 황 국장이 차 위로 떨어져내릴 때 진영인의 표정은 영원히 지속될 ‘무간’의 고통 그 자체다. “과거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지금은 좋은 사람이 되길 원해”라 말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유건명의 고통 또한 ‘무간’이다.10여년전 홍콩 누아르 영화들은 의리와 배신의 세계 속에서 영웅같은 사나이들을 그려냈었다. <무간도> 또한 이 전통적인 장르를 잇는 것은 분명하다. 잠입경찰이란 소재는 이 장르의 단골소재 가운데 하나였고, 차 안에서 진영인에게 죽어가며 말을 건네는 조직내 동생의 모습은 홍콩 뒷골목의 ‘의리’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더이상 난사하는 총질과 날아가는 비둘기 따위는 없다. 신파적인 감성과 “단 1분이라도 영웅이라 불리고 싶어”(<열혈남아>의 ‘명대사’)하던 ‘싸나이’들의 정서 대신, 영화는 지옥같은 운명을 사는 인간의 고독한 얼굴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조연들, 특히 황추생의 연기는 영화에 깊이를 갖추게 한다. 이 빼어난 오락영화 앞에서 현실적이니 아니니를 따진다는 건 우스운 일. 홍콩 누아르가 다시 전성기를 맞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무간도>는 2000년대 이 장르의 매력적인 진화가능성을 보여주는 영화다. 21일 개봉. 김영희 기자
김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