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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번지는 충무로가 아닌 도산대로>
2003-02-10

미국의 할리우드처럼 한국영화의 등록상표가 돼버린 충무로가 공동화되고 있다.80년대 중반 우진필름을 효시로 시작된 영화사들의 강남 진출은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집중적으로 이뤄져 이제는 `영화1번지'의 영예를 도산대로가 넘겨받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한국영화계 최대의 투자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도 16일 제작팀 일부만 남긴 채 서울 중구 주자동의 흥국빌딩을 떠나 모회사 플레너스가 들어서는 강남구 역삼동 역삼빌딩으로 이전한다.이미 대충 이름있는 영화사만 주워섬겨도 강제규필름, 기획시대, 동아수출공사, 드림써치, 뮈토스필름, 미라신코리아, 신씨네, 싸이더스, 씨앤필름, 유시네마, 이스트필름, 코리아픽쳐스, 쿠앤필름, 태원엔터테인먼트, IM픽쳐스 등 모두 강남에 모여 있다.이제 충무로에 남아 있는 영화사는 씨네라인Ⅱ, 씨네월드, 씨네2000, 에이원시네마 등에 불과하다.충무로가 영화의 거리가 된 것은 영화관이 이곳에 몰려 있었기 때문. 단성사와 피카디리에서 서울극장, 국도극장, 명보극장, 스카라극장을 거쳐 대한극장에 이르기까지 종로 3ㆍ4가와 퇴계로 3ㆍ4가를 가로지르는 돈화문로 주변에 개봉관이 들어서자 가장 교통량이 적고 땅값이 싼 충무로 일대에 영화사들이 밀집하기 시작했고 영화인과 지망생들로 넘쳐나게 됐다.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근의 청맥다방이나 스타다방에 들르면 어렵지 않게 유명 영화배우나 영화감독과 마주칠 수 있었다.영화인들은 이 일대에 영화 소품을 운반하다가 오토바이 가게가 자리잡았고 배우 지망생의 프로필 사진을 찍어주느라 사진관이 번성하게 됐으며 영화 포스터 때문에 출력실이 많아졌다고 말하고 있다.그러나 이제는 국도극장이 사라지고 스카라극장이 `2류극장'으로 전락한 반면 강남에는 메가박스를 비롯한 초현대식의 멀티플렉스들이 속속 들어섰다. 90년대 말 영화계의 돈줄로 등장한 벤처캐피탈이나 영화제작 여부의 키를 쥐고 있는 스타들의 매니지먼트 회사도 모두 강남에 자리잡아 충무로의 `엑서더스' 현상을 부채질했다.인쇄소와 현상소가 모여 있다는 충무로의 장점마저 지금은 직접 가지 않고도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홍보물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빛을 잃어가고 있다.96년 강남으로 자리를 옮긴 영화세상의 안동규 대표는 "자동차가 보편화되면서 주차공간이 협소한 충무로를 기피하게 된데다 상대적으로 거리와 건물의 분위기가 밝고 모던한 강남을 선호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지금까지 충무로를 고수하고 있는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도 "영화계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젊은 영화인들이 젊은 거리인 강남에 자리잡은 것"이라고 풀이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