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K1 밤 11시20분)국수를 사러 좁은 계단을 고개 숙인 채 오르내리던 량차오웨이와 장만위의 모습을 기억하는지.2000년 왕자웨이 감독은, 1962년 이웃과 다닥다닥 붙어사는 가난한 홍콩의 거리로 거슬러올라가 가슴 저린 고독한 남녀의 엇갈리는 사랑을 느리면서도 고혹적으로 그려냈다.리첸(장만위) 부부와 차우(량차오웨이) 부부는 서민아파트의 옆집에 나란히 세들어 산다. 이들은 넥타이와 핸드백을 단서로, 자신의 배우자들끼리 불륜에 빠진 사실을 알게 되면서 동병상련을 느끼고 서로를 위로한다. 다가설 듯 끝내 다가서지 못하는 리첸과 차우. 상투적 멜로 이야기에 불과하다 해도 섬세하게 감정을 꿰뚫는 이미지에 냇 킹 콜의 노래가 덧입혀질 때, 이들의 우연은, 그리고 사랑은 운명처럼 느껴진다. 집주인들 정도를 제외하곤 거의 두 배우만 나오는 이 영화에서 장만위와 량차오웨이는 각각 상대의 배우자역도 맡았다.‘화양연화’는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한때, 혹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뜻한다. 15살 이상 시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