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할리우드 넘어설 차별화 전략있다`
2003-02-07

4년만에 메가폰 강제규 감독지난 5일 오후 2시 신라호텔에서 열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제작발표회는 기자들과 각종 영화관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쉬리> 이후 4년 만에 메가폰을 잡는 강제규 감독의 새영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그동안 공개석상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던 강 감독의 얼굴도 자못 긴장돼 보였다. 전보다 홀쭉해진 모습의 강 감독은 “살인적인 촬영 스케줄을 이끌어갈 수 있을까 우려돼 몸만들기 차원에서 5kg 정도 감량했다”고 말을 꺼냈다.순제작비 130억, 촬영기간 8개월, 엑스트라 총동원수 2만5천여 명, 20여 개의 대규모 세트 제작 등 이날 공개된 제작규모는 세번째 작품에서도 한국대중영화의 기록을 다시 쓰고자 하는 강감독의 만만치 않은 야심을 드러내준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는 두 형제의 엇갈리는 운명을 그린 작품. 장동건과 원빈이 나란히 강제징집을 당하는 진태, 진석 형제로, 이은주가 진태의 약혼녀로 출연한다.강 감독은 두가지 면에서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한다. 첫번째 의도는 동남아를 뛰어넘는 세계시장 진출이다. “<쉬리>를 수출하며 해외시장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서 배웠다. 한국영화가 국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아시아 뿐 아니라 헐리우드와 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화 내적인 완성도와 함께 해외 동시 개봉 등 배급도 개선돼야 한다. <태극기…>를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는 발판을 만들겠다”. 장동건과 원빈을 캐스팅한 것도 아시아 시장에서 그들이 가진 스타파워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특히 두 전작의 상영에 실패했던 거대한 시장 중국에서 반드시 개봉을 하겠다는 게 강 감독의 야심찬 계획이다.두번째는 올해로 휴전 50년을 맞는 한국전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 제시다. 강감독은 <태극기…>가 이념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영화임을 강조한다. “2년 전 가을, 텔레비전에서 한국전쟁 발발 5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 전쟁 당시 임신한 상태로 남편을 군에 보내고 생사여부도 모른 채 살아온 여성이 50년 뒤 남편의 유해발굴 통보를 받고 쉰살 된 딸과 함께 현장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이 작품을 보면서 한 인간의 삶을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너뜨리는 전쟁의 폭력성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소재는 한국전쟁이지만 전쟁으로 파괴되는 가족과 사랑 등 관계들에 대한 성찰은 세계인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감독은 낙관한다. 대규모 전쟁 신같은 볼거리를 화려하게 준비하되 애국주의나 영웅주의적 무용담으로 흐르지 않도록 한다는 게 강제규 감독의 헐리우드와의 차별화 전략이다.

오는 10일 크랭크 인해 다음 해 설쯤 개봉할 예정. 한국전쟁 당시 쓰였던 탱크, 총기 등 군 장비 지원을 받고자했지만 육군에서 시나리오 수정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최소한의 장비를 제작하고 컴퓨터 그래픽에 상당 부분 의지해야 해 후반작업만 4개월 이상 예상하고 있다. 전체 제작비의 30%는 일본 제작사의 투자를 받아 완성한다.김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