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샹하이 눈>에서 납치당한 중국 공주를 구하러 미국 네바다주에 건너온 중국황실근위병 장 웨인, 일명 존 웨인으로 미국 서부영화의 이미지를 단숨에 무너뜨렸던 재키 찬(성룡). 이번엔 19세기말 빅토리아 여왕시대의 영국 런던으로 날아갔다.<샹하이 나이츠>는 전편의 성공에 고무된 듯, 더 화려하고 스케일 큰 세트와 다양한 액션을 볼거리로 내세웠다.중국 황제 자리를 빼앗으려는 ‘망나니’ 중국 황족과 영국 왕좌를 노리는 왕실 친척이 벌인 음모를 밝혀내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나이트)를 받기까지, 장 웨인 일행의 좌충우돌 코믹액션이 벌어진다. 허풍떠는 버릇은 여전히 버리지 못한 ‘황야의 건달’ 로이 오베논(오웬 윌슨)이 속편에서도 역시 ‘바른 생활 사나이’ 장 웨인 곁에서 수다를 떨고 있다.몸뚱이 하나로 수배자 체포를 해결하던 보안관 장 웨인에게 중국으로부터 여동생 린(판 웡)의 편지가 날아든다. 중국 황실의 옥쇄를 지키던 아버지가 살해당했다는 비보다. 전편에서 맡겨뒀던 돈을 받으러 찾아간 로이는 이미 그의 돈을 날린 상태다. 별로 미덥진 않으나 ‘우정’을 들먹거리는 로이와 함께 자객들이 도망친 영국으로 건너가, 악당 처치하랴 동생 린에 반해버린 로이를 견제하랴 바쁘다. 영화의 전략은 장면마다 달리하는 다채로운 액션. 호텔 회전문을 빙글빙글 돌며 추적자들을 묶어놓는 장면이나, 런던의 가판대 빽빽한 시장골목의 싸움은 ‘재키 찬 표’ 액션이다. <싱잉 인 더 레인>이 흘러나오며 우산을 들고 벌이는 싸움장면과 런던에서 만난 거리의 꼬마가 자신의 이름을 ‘찰리 채플린’이라고 밝히는 것 등 패러디한 할리우드의 역사를 곳곳에 심어놓은 것도 재미있다.하지만 액션장면에 대한 의존도가 과한 탓일까. 영화는 마치 19세기 유럽을 옮겨놓은 놀이동산에서 펼쳐지는 카 퍼레이드 한 판에 그치고 만다. 이질적인 동·서양의 세계가 처음 만나는 상황들도 우스운 해프닝이 되어 불발탄을 날린다. 오웬 윌슨의 진솔한 ‘인간성’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을 포함한 엔지 모음은 여전히 재키 찬의 유머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지만. 14일 개봉.김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