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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김영하ㆍ이우일의 영화 이야기
2003-02-05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소설가 김영하와 「도날드닭」의 만화가 이우일이 함께 영화 책을 펴냈다.김영하는 2000년 영화평론집 「굴비낚시」를 통해 영화에 대한 안목이 녹록치 않음을 과시한 작가. 그는 “신선한 조기를 가져다가 지느러미를 발라내고 염장하여 일일이 꿰미에 꿰어 햇볕 좋은 바닷가에 널어놓는 일이 영화쟁이의 작업과 비슷하며, 한때는 조기였으며 똑같은 태양에 말려졌으나 값은 천차만별인 것도 만드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에 따라 큰 진폭을 보이는 영화와 꼭 닮았다”는 굴비론을 설파한 바 있다.이번에 발간한 「김영하ㆍ이우일의 영화 이야기」(마음산책 간)에서도 그는 영화의 줄거리와 배경을 소개하거나 미학적 장치를 설명하지 않는다. 성공의 사회학적 요인 등을 분석하려고 애쓰지도 않고 감독이나 배우에 대한 소개에도 소홀하다. 단지 본 대로 느낀 대로 자신의 경험에다가 특유의 해학과 독설을 적당히 섞어가며 감상을 풀어낼 뿐이다.이우일 역시 엉뚱하고 도발적인 평소의 화풍을 살려내 김영하의 독특한 글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김영하가 일간지와 영화잡지에 연재했던 글 26편을 3부로 엮었는데 그의 감상기와 개봉 순서는 일치하지 않는다. 그의 영화 편력이 ‘굴비를 낚는 일’처럼 마구잡이인데다가 작가 서문에서 고백했듯이 기자 시사회를 기웃거리거나 돈 내고 시간 맞춰 영화관에 가는 일에 지쳐 이제는 집에서 DVD로 즐기기 때문이다.엉뚱하고 실없는 듯하면서도 그의 통찰력은 자못 놀라운 데가 있다. 그는 연탄가스로 열 살 이전의 기억을 모두 날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메멘토>가 기억의 불완전함을 다룬 영화라기보다는 기록에 대한 집착을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주장한다. <블랙 호크 다운>을 보면서 대학시절 시위현장에서의 경험을 떠올리고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통해서는 ‘몸’의 시대인 90년대를 진단한다.그가 이야기하는 멜로영화의 공식을 듣노라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친구>의 내러티브가 왜 허술한지 짐작할 수 있고 <귀신이 온다>에 곁들이는 학창시절 귀신 이야기는 한국의 비극적인 근현대사에 맞닿아 있다.맨 마지막 이우일과 함께 남포동과 해운대를 누비는 부산국제영화제 관람기는 “이렇게도 영화제를 즐길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에 무릎을 치게 만든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