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영화에서만 연달아 세번째 교복을 입었다. 100점 만점에 평균 8점, 3년째 고3생인 ‘망나니’같은 지훈역을 만나니, 세상일에 무심한 듯 쿨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좋아하는 여자 앞에선 감정표현 못하는 모습이 이보다 더 어울릴 수 없다. 이 여자. 언제나 눈물 흘리며 한없이 야들야들한 줄 알았다. 엄마의 ‘칼날’이 무서워 과외전선에 뛰어든 수완역을 만나니, 이보다 더 귀엽게 망가질 수 없다. 권상우-김하늘, 새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엽기적인 그녀>의 차태현-전지현에 버금가는 ‘막강커플’로 떠오르는 주인공들이다.그남자 “2003년 1월은 저에게 특별한 의미에요.” 영화(<동갑내기…>)와 드라마(<태양 속으로>)에서 첫 주연을 맡은 권상우(28)는 긴장하면서도 벅찬 표정이었다. <화산고>에서도 와이어 매달고 붕붕 날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평소 운동으로 다져진 액션을 보여줬다. “촬영중 몸에 남은 상처를 보면 내 영화다, 이런 생각이 더 들어요.” 액션 못지 않게 지훈역을 빛낸 건 자연스런 대사와 애드립. 게슴츠레 뜬 눈으로 수완을 ‘복길이’라 부르며 담배연기를 확 뿜어내는 지훈의 모습은 권상우였기에 느끼하지 않고, 귀엽게 느껴진다. 평소 이미지와 달리, 그의 전공은 동양화다. “외삼촌이 동양화가라 어렸을 때부터 화실에서 놀았어요. 다른 건 몰라도 전 운동이랑 그림 그릴 때만큼은 엄청 집중력이 생겨요.” 이제 배우의 길로 들어섰지만, 올 4월 있을 교생실습에선 정말 멋진 추억을 만들고 싶어했다. “속에는 격한 감정이 많아요, 이런 모습을 드러내는 역으로 곧 돌아올 거에요.”그여자 “애초 예쁘게 나올 건 생각도 안했어요.” 김하늘(26)은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 영화에서 수완은 정말 예쁘다. “불의를 보면 못 참을 것 같은 성격, 하지만 참아요. 겁이 나서.” 지하철에서 치한을 보면 속으로만 열내다가 문이 열릴 때쯤 뒤통수를 때리고 도망가는 성격이라고 할까. 대학 1학년때 좋아하는 가수가 팬들과 CF를 찍는 데 참가했다가 덜컥 배우가 됐다. “여고때 친구들이랑 CF 흉내내며 얼굴표정으로 장난 치는 걸 좋아했어요.” 그래서인지, 영화에서 신경쓰지 않는 듯 하면서도 칭찬에 흐뭇해하는 표정이 정말 어울린다. 영화에서 선보인 ‘막춤’은 추운 날씨에 밤새면서 찍었던 장면. “많이 변신했다 하는데, 사실 얌전한 역과 이런 역은 동전의 양면일지 몰라요. 아직은 연기를 넓혀나가는 시기라 생각하고요, 정통멜로나 스릴러도 하고 싶어요.”그남자, 그여자 김하늘이 이야기를 하면 “성실하게 대답해, 성실하게”,“어휴, 밥맛으로 놀았구나”, 연신 애드립을 쳐주는 권상우의 모습은 오누이만큼 다정하고 친구처럼 발랄해보였다. “아무리 우울한 상태로 촬영장에 가도 만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권상우씨는 정말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에요.”“첫 주연이라 잘하는 여배우 덕 좀 보려했는데….(웃음) 사실 처음엔 시나리오 캐릭터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금방 감 잡았어요. 김하늘씨 외엔 수완역을 떠올릴 수가 없다니까요.” “비누쓰는데”(영화를 보시라) 다섯글자를 말하는 데 김하늘이 수십번 엔지를 낸 이유를 알 만했다. 이들은 글로는 다 옮길 수 없는 수다를 떨었다, 그후로도 오랫동안.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