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S 밤 11시40분)=남성의 성적 판타지와 권력의 관계를 특유의 시각적 상상력으로 펼쳐보이는 김기덕 감독의 2000년 작. 외딴 낚시터, 물위의 집이라는 고립된 공간을 중심으로 집착과 욕망의 그림을 그려가는 영화다.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전직 경찰 현식(김유석)이 낚시터로 흘러들어오고, 벙어리 여주인 희진(서정)은 그를 주시한다. 묘한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경찰이 들이닥치고 현식이 자해를 시도하자 희진은 몸으로 그를 달랜다. 희진의 집착이 강해지자 현식은 멀미를 느끼고, 탈출을 시도하지만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성을 폭력적으로 착취하는 남성의 이야기를 주로 풀어가는 김기덕 감독이, 관계의 주도권을 이 희진이라는 여성에게 양도한 것이 특이한 점이다. 지상파라는 한계 때문에 정사장면과 철삿줄로 자해하는 장면 등 <섬>에서 가장 센세이셔널한 부분들은 삭제된 채 방영된다. 안개 덮인 호수, 물위의 집 등 동양화 같은 화면과 격렬한 이야기의 충돌이 미묘한 효과를 나타낸다. 2000년 베니스영화제에 출품돼 김기덕에 대한 국제평단이 본격적으로 주목하게 만들었다. 19살 이상 시청가.
안정숙 기자 nam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