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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큐브2>
2003-01-21

■ Story

8명의 인물이 큐브 안에서 깨어난다. 정신과 여의사, 사립탐정, 엔지니어, 게임 프로그래머, 치매에 걸린 수학자 할머니, 기업의 대리변호사, 탐정이 찾는 정체불명의 여자 베키 영, 그리고 20대 초반의 동양계 맹인 여성. 의사 케이트(캐리 매쳇)는 치매에 걸린 페일리 부인(바버라 고든), 맹인 소녀 샤샤(그레이스 린 쿵) 등을 보호하는 반면, 탐정 사이몬 그래디(게리 데이비스)는 사람들을 잡아먹는 엽기 행각을 벌인다. 자살, 살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레이저스피어’, 사이몬 그래디의 살인 등으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가운데, 점차 이들이 ‘아이존’이라는 큐브 제조단체와 관련되었음이 밝혀지고 숫자 ‘60659’가 비밀스런 암호로 등장한다.

■ Review

6년 전, <큐브>는 놀라운 악몽이었다. ‘큐브’라는 낯설고 기이한 공간에 영문 모르고 갇힌 이들이 온갖 공포와 싸우며 탈출하기 위해 헤매는 내용의 이 영화는, 인디영화다운 기발한 착상으로 빛을 발하며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큐브2>는 그 성공이 불러들인 속편 프로젝트. 감독도 배우진도 새로 꾸려 만들어진 이 영화는 더이상 ‘큐브’라는 공간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어진 상태이기에 캐릭터 구성과 장치의 증식, ‘큐브’를 만든 배후단체에 대한 탐사 등에서 출구를 찾고 있다.

6천만개로 훌쩍 늘어난 큐브연속체가 이 작품의 무대. 레이저스피어 등 전에 없던 위험장치들이 장착됐고, 인물들은 단편적으로 큐브 제조단체와 연관된 이들로 설정됐다. ‘아이존’ 사의 대리변호사, ‘큐브’라는 컴퓨터게임을 만든 적 있는 게임프로그래머, 큐브의 문을 설계한 엔지니어, 아이존 사에서 근무한 적 있으며 지금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 수학자까지. 이들의 정체가 하나씩 밝혀지면서 영화는 이들을 통한 퍼즐풀기에 들어가는 듯 하지만, 그 퍼즐은 별 성과를 보이지 못하다가 막바지에 싱겁게 풀려버린다.

시각적으로나 이야기에서나 <큐브2>는 전편만한 공포감을 조성하지 못한다. 모태에 대한 상징으로도 보일 만큼 어둑했던 전편의 큐브와 달리, 햇빛이 사방에서 들어오는 듯 밝은 하얀색 큐브는 고립감을 극대화하지 못하며, 서바이벌 자체를 최대 관건으로 삼았던 전편과 달리, ‘아이존’이라는 회사의 음모가 무엇인가, 라는 큐브 ‘바깥’의 문제에 관심을 더 기울이는 이야기는 전선을 교란시킨다. 시간 개념의 혼란, 복제된 인물들의 출현 등 <큐브2>는 전편에 없던 다양한 ‘무기’를 도입했다. 그러나 <큐브>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큐브 안의 위험 그 자체와 더불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인간성의 여러 측면을 펼쳐보이는 것이다. <큐브2>는 전편보다 더 난이도 있는 퍼즐을 만들어내지도, 더 흥미진진한 방식으로 풀어내지도 못한 채, <큐브>의 생생했던 악몽을 오히려 그립게 만든다.

최수임 sooee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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