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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원 높인 <큐브2> 공포는 낮아졌다
2003-01-17

지난 99년, 한국에 1만7576개의 큐브가 몰고왔던 공포를 기억하는지. 오로지 2개의 출구만 죽음을 면할 수 있는 가로, 세로, 높이 4.2미터의 정육면체 방, 이 무자비한 큐브의 미로를 유일하게 헤쳐나온 이는 자폐증의 카잔 뿐이었다. 캐나다의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기발하고 흥미로운 상상력은 할리우드로 팔렸고 새 감독, 안드레이 세큘라의 손에서 <큐브 2>(원제 Hyper Cube)로 탄생했다. 그 결과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지만.

물론 큐브수는 급증했다. 정확히 셀 수도 없지만 6천만개가 넘는다고 한다. 게다가 3차원 공간이었던 1편의 큐브에 비해 이번엔 4차원인 ‘하이퍼 큐브’다. 즉 시간의 개념을 더한 2편의 큐브는 스스로 움직이며, 수많은 현실이 공존하기도 한다. 옆방을 열면 자신이 죽는 모습이 보이고, 이쪽 방에서 죽었던 사람이 저쪽 방에서는 멀쩡히 살아있는 식이다. 이곳에 들어온 사람은 정의감 넘쳐보이는 정신과 여의사, 동물적인 감각으로 ‘살인의 공간’을 버텨가는 사립탐정, 게임 프로그래머, 중국계 맹인,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할머니 등 8명이다. 이들의 유일한 단서는 유명한 물리학자가 써놓고 죽은 60659라는 숫자. 알고보니 8명은 한 무기제조회사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을 가진 인물들이다. 1편에선 별 관심도 두지 않았던 이 공간을 만든 주역에 2편은 조금씩 다가간다.

하지만 1편이 주던 머리쓰는 재미나 인물들의 드라마는 모두 휘발돼버렸다. 자기증식하며 사람의 몸을 찢으러 달려드는 레이저스피어나 광선큐브처럼 현란한 무기나 잔인한 시각효과에만 공포심을 의존할 뿐이다. 24일 개봉.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