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시간은 남아돌고, 주머니 사정이 마침 허락한다면, <웰컴 투 콜린우드>와 <스몰 타임 크룩스>를 비교 검토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싶다. 텔레비전 영화프로그램들이 시도할지 모르지만. 1958년산 이탈리아 코미디 <마돈나 거리의 빅 딜>에서 함께 출발했다지만 두 영화는 아주, 너무 다르다. <웰컴…>은 원작을 리메이크했고, <…크룩스>는 그걸 실마리로 차용했다는 건 도리어 사소한 차이. <웰컴…>의 젊은 형제 감독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재능과 밀도를 뽐낸다면, <…크룩스>의 우디 앨런은 모든 걸 초월한 듯 자유롭게, 가볍게 이 23번째 영화를 풀어간다. 하잘 것 없는 싸구려 사기꾼들 얘기라고, 제목에서부터 선언해놓고.
여기서 우디 앨런은 전직 스트립댄서 프렌치(트레이시 울먼)와 착실하게 접시를 닦으며 살아가는 전과자. 그런데 누추한 삶을 날려버릴 큰 건수를 발견한다. 은행 옆 가게가 피자집이 비었는데 이걸 임대하면 은행으로 연결되는 땅굴을 팔 수 있다! 지하실에선 땅굴을 파고, 지상층에선 프렌치가 과자를 구워 판다. 은행털이 계획은 실패. 여기까지가 마돈나 거리 얘기에 기댄 부분이다.
과자가게는 기적처럼 성공.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해서 레이와 프렌치 갱단은 제과업계 신화의 주인공이 된다. 두번째 단락은 프렌치의 상류사회 진입작전.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우아한 교류를 시작하려던 프렌치는 벼락부자의 싸구려 취향을 뒤돌아서 낄낄거리는 그들의 반응에 낙담한다. 씩씩한 프렌치, 그러나 실망하지 않고 영국인 미술품중개상 데이비드(휴 그랜트)에게 부부의 교양 개인교습을 청한다. 예상대로 레이는 공부를 중도포기하고, 프렌치는 우아하고 섬세한 데이비드에게 빠져든다. 파국이다. 하지만 다시 예상대로 레이는 고급교육으로 고급 사기술을 연마한 전문가(여기서는 회계사)의 덫에 걸려 파산. 또 다시 예상대로 레이는 데이비드에게 버림받는다.
세번째 단락 결말도 미리 공개해도 좋을만큼 당연하게, 레이와 프렌치의 재결합이다. <…크룩스>의 묘미는 사건의 발전이 아니다. 상류사회의 폐쇄성과 속물근성, 우아하게 포장된 사기성 따위를 비꼬는 디테일들이다. 계급구조가 완성된 사회에서 신분상승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영화 등등의 자습서식 정리를 접어두자. 아주 느슨하고 아주 잡담이 많은데, 그게 이 영화의 묘미다. 24일 개봉.
안정숙 기자 nam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