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영화투자제작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사 본사에서 발생한 이른바 ‘소포폭발물’ 사건은 경찰이 지난 16일 사건 용의자를 전격 검거함으로써 20여일만에 마무리됐다.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경찰은 80여명을 동원, 수사본부를 구성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으나 별 진전을 보지 못해 수사가 장기화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첨단 과학수사 기법을 통해 사건을 해결했다.
여러 수사기법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폭발물 제조에 사용된 책의 주인을 알아냈던 ‘적외선 촬영기법’이다.
경찰은 폭발로 불에 타다남은 ‘실록 박정희와 한일회담’ 책자를 조사하던 중 육안으로 구체적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책 상단에 칼로 긁어낸 흔적에 주목,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적외선 촬영기법으로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결과 칼로 긁혀나간 부분에는 당초 ‘홍○○’라는 이름이 스탬프로 찍혀있었고, 이것이 지워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전국에 책주인으로 추정되는 ‘홍○○’라는 동명이인 200여명을 추적, 사건 연루여부를 확인하는 수사를 펼친 끝에 78세 홍○○씨가 책의 원소유주임을 확인했고,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살던 홍씨가 이사가면서 버리고 갔던 이 책을 용의자 박모(30)씨가 수거해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조사결과 박씨는 범행에 사용했던 책 상단의 ‘홍○○’ 이름을 칼로 긁어내는 치밀함까지 보였지만 과학수사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경찰수사과정에서는 기억을 재생해내는 이른바 ‘최면수사’기법도 사용됐다.
경찰은 수사초기 폭발하고 남은 소포 포장지의 소인을 확인해 이 소포가 구로에 있는 우체국에서 발송됐음을 확인하고 구로 관내 9개 우체국의 CC(폐쇄회로)TV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포를 CJ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에게 전달했던 비서 김모씨를 상대로 최면수사를 벌인 끝에 불에 타다 없어져버린 우편물의 발송우체국 이름이 ‘구로 역전우체국’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도록 해 수사대상을 압축했다.
이어 해당 우체국에 CCTV가 설치돼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 CCTV조사를 중단 해 수사력 낭비를 막았다.
비서 김씨는 최면수사과정에서 포장지에 적혀있었던 발송우체국 소인은 물론 발신자이름과 발신주소 등을 기억해냈고, 용의자 박씨 검거후 조사를 통해 최면수사결과 확인한 내용이 모두 사실임을 확인해 최면수사의 효과를 입증했다.
경찰은 “최면수사의 신뢰성은 원래 50%정도지만 비서 김씨가 최면에 잘 걸리는 특성이 있었고 최면을 신뢰하는 사람이라 정확한 수사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