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유럽 유료텔레비전 방송사들과 영화 방영권 계약을 맺으면서 경쟁을 해쳤는지에 대해 유럽연합 반독점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조사 결과 계약이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미국 영화사가 유럽 방송사에 대한 영화 방영권 판매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은 워너브러더스·컬럼비아트라이스타·월트디즈니 등 7개 영화사에 유럽 방송사와 맺은 영화배급 계약을 설명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퍼트 머독의 영국 위성방송 비스카이비(BSkyB)나 비방디유니버설 그룹의 프랑스 카날플뤼스 등 유럽 방송사에는 이미 이들 영화사와 맺은 계약의 세부항목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해 놓은 상태다. 이 조사는 아직 예비단계지만 유럽연합은 이들의 장기 독점공급 계약이 영화사들 간의 경쟁을 막는 것은 물론, 경쟁 방송사의 시장 진입을 방해해 시청자에게 비싼 요금을 물리게 했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영화 방영권은 미국 영화사에 급속도로 성장하는 수입원이 되고 있으며, 유럽에선 방영권 계약액이 1990년대에 세 배로 불어나 한 해 15억달러를 웃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