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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방의 끝없는 반복, <큐브2>
2003-01-15

어느날 한 여자가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4.2m인 정육면체의 방에서 깨어난다. 천장과 바닥, 그리고 사방의 벽에 해치 모양의 출입구가 있지만 어느 쪽을 열어봐도 똑같이 생긴 방이 끝없이 반복될 뿐이다.

99년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큐브>를 본 사람이라면 <큐브2(원제 Hyper Cube)>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큐브>는 지난해 5월 MBC 「주말의 명화」를 통해서도 소개됐으니 개봉일(24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 적지 않겠다.

<큐브2>에 등장하는 사람은 모두 8명. 이중 이미 숨진 채로 발견된 물리학자를 제외하고 7명의 남녀가 끝없이 이어지는 정육면체의 연속공간 속에서 활로를 찾아헤맨다. 여기에 왜 갇히게 됐는지, 누가 큐브를 만들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큐브의 비밀과 모두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이 때문에 반목과 갈등이 더욱 커진다.

정신과 의사 케이트 필모어(캐리 매켓)는 갇힌 자들의 리더 격으로 중국계 맹인 샤샤(그레이스 린 쿵)를 끝까지 도우려 한다. 사립탐정 사이몬 그래디(게리 데이비스)는 의뢰받은 실종자를 찾다가 큐브 안으로 들어온 인물. 유일하게 무기인 칼을 지니고 있다.

제리 화이트홀(닐 크론)은 큐브의 해치를 디자인했다는 이유로 의심을 받고, 페일리 부인(바버라 고든)은 치매 증상을 보이면서도 언뜻언뜻 중요한 실마리를 던져 놀라게 한다. 여기에 게임 프로그래머 맥스 레이즐리(매튜 퍼거슨)와 변호사 줄리아(린제이 코넬)도 생존게임에 가세한다.

그리스신화의 테세우스는 미노스 왕의 미궁(迷宮) 속에서도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로부터 실타래를 얻어 교묘하게 빠져나오지만 큐브에 갇힌 사람들에게는 전혀 활로가 없어 보인다. 방의 배치가 수시로 바뀌는데다가 언제 위협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편에서는 문마다 규칙적인 숫자가 써 있었지만 2편의 단서는 물리학자의 몸과 벽에 쓰인 ‘60659’라는 숫자뿐. 방의 변화가 3차원에서 4차원으로 업그레이드된 것도 갇힌 자들을 절망하게 만든다.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포룸> 등에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짝을 이뤘던 안드레이 세큘라 촬영감독은 직접 메가폰을 잡아 안정된 연출력을 보여준다.

그는 전편의 기발함 대신 현란한 장치와 잔인한 장면을 내세웠다. 관객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긴장하지만 전편처럼 얽힌 실타래를 풀려하기보다는 화면 속의 주인공들처럼 아예 추리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공포의 강도는 높아진 반면 짜임새는 엉성해지는 영화계의 2편 공식이 여기서도 여지없이 적용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끼어들 틈이 없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