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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잡힌 미운오리새끼의 사랑 <체리쉬>
2003-01-10

20대 중반의 컴퓨터 애니메이터인 조이(로빈 튜니)는 회사에서 왕따일 뿐 아니라 스스로 거울을 들여다 봐도 한숨이 나오는 미운오리새끼다. 취미도 왕따답게 60~80년대 철지난 팝음악을 틀어주는 라디오프로그램에 음악을 신청해 듣는 것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혼자 바에 들어간 어느날 조이는 짝사랑하던 직장 동료와 술을 마시고 춤까지 추게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차에 숨어들었던 스토커로 인해 경찰을 치고 뺑소니 누명을 쓴 채 감금되는 신세가 된다.

보통 감옥이나 감금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감금이란 인간성 파괴와 끔찍한 폭력이 발생하는 최악의 존재조건이다. 그러나 <체리쉬>는 이러한 관습적인 전제를 뒤집는다. 조이는 재판을 받을 때까지 감옥 대신 동선이 체크되는 발찌를 찬 채 도시 구석의 허름한 아파트에 감금된다. 정해진 동선에서 1인치라도 벗어나보려는 조이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우스꽝스러운 시행착오의 반복 속에서 그는 자유로울 때는 갖지 못했던 친구들을 얻게 되고 발찌프로그램 관리자인 빌(팀 블레이크 닐슨)과 사랑에 빠진다.

자유를 빼앗기면서 도리어 우울증 환자에서 씩씩한 여성으로 바뀌는 조이의 변화과정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 10cc의 <아임 낫 얼론>, 디 어쏘시이션의 <체리쉬> 등 시종 흘러나오는 60-80년대 인기 팝음악을 듣는 즐거움도 크다. 17일 개봉.

김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