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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감독, “사랑은 장난아니다” 관객 이해 기뻐
2003-01-10

지난 8일 영화 <색즉시공>의 관객 300만명 돌파 축하파티 직전 만난 윤제균(34) 감독은 “영화감독은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2000년 말 개봉했던 <두사부일체>(전국 350만)에 이어,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이라는 대작과의 싸움에서 2년 연속 홈런을 날린 셈이다. 그는 이번 성공으로 “두사부필름을 차리며 끌어들였던 빚은 갚아 쪽박 차지는 않게 됐다”고 웃었다.

- 이정도 관객은 예상했나.

= 자신있었다기 보다는 망하진 않겠다 싶었다. 하지만 섹스코미디라는 장르가 아직 한국에선 낯설어 관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불안했다. 인대까지 파열되어가며 열심히 에어로빅과 차력을 대역없이 온몸으로 해낸 배우들의 몫이 컸다. 관객들이 재미있어 할 뿐 아니라, 일부 관객은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알아주니까 기쁘다.

-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면.

= ‘사랑은 장난이 아니다’라는 대사 그대로다. 사랑하고 섹스는 좋지만 책임져야 하지 않은가, “조심해서 섹스해라”라고 정리하면 이상하려나 임신, 낙태 문제를 이야기하겠다는 데서 출발한 영화다. 섹스코미디라는 장르는 일종의 포장이라 생각한다. 주제와 포장을 정한 뒤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영상적인 볼거리를 찾다가 우연히 본 스포츠 에어로빅대회에서 ‘필’이 꽂혔다.

- 한쪽에선 싸구려 섹스코미디라는 평도 많다.

= 나중에 디브이디엔 실을 생각이지만, 원래 113분짜리 감독판이 있었다. 지금보다 덜 웃기고 더 슬픈. 내부시사를 한 뒤 2시간 동안 ‘작살’이 났다. 니가 예술하냐, 벌써 교만해졌냐…. 밤에 집에 가서 울었다.(웃음) 더 무겁게 갈 것인가, 대중의 눈에 맞출 것인가 선택해야 했다. 나는 후자를 택했고 욕먹을 것도 각오했다.

- 20대의 일상속 섹슈얼리티를 바라보는 시각이 솔직해보인다.

= 섹스를 추하거나 지저분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면 아름답고 예쁜 것 아닌가. 지원과 상욱의 베드신은 그런 맘으로 찍었다. 의욕은 많은데 잘 안되고 좌충우돌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나의 대학생활일 거다. 20대 초반이라는 나이가 생각은 앞서도 30~40대처럼 세련되고 능숙한 성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은가.

<오아시스> <파이란> <반딧불의 묘>를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는 그는 “잘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은 다르지 않은가”라면서도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두편의 성공으로 적어도 그는 대중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감독으로 자리잡았다. 자신의 장기와 한계를 분명히 선그을 줄 알고 주목할 만한 기획능력을 보여준 그에겐, 3연타석 홈런도 과한 기대는 아닐 것이다.

글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