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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다 히데오의 <검은 물밑에서>
2003-01-09

습기가 가득 찬 방, 물기가 흥건한 엘리베이터, 인적없는 낡은 아파트에 무표정한 관리인.

오는 2월 14일 관객들을 찾는 영화 <검은 물밑에서>는 <링>으로 색다른 공포를 느끼게 해준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2001년 작 공포영화다. 지난해 부천영화제에서 공개돼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고 지난해 베를린 영화제에는 파노라마 부문에 출품됐다. 미국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려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될 예정이다. “괴물이 도끼를 가지고 덮치는 식의 공포영화는 그다지 무섭지 않다”는 감독답게 영화는 피 한 방울 없이 눅눅한 습기만으로 관객들을 공포로 몰아 넣는다.

이혼한 후 다섯살 먹은 딸 이쿠코(칸노 리오)와 함께 새 집을 찾아다니던 요시미(구로키 히토미)는 하천 가의 한 낡은 아파트를 새로운 보금자리로 정한다. 남편과 헤어진 요시미에게 딸 이쿠코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유일한 희망. 전남편과 양육권 소송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이쿠코가 안정된 집과 즐거운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필수적인 일이다. 요시미는 결혼 후 중단했던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새 삶에 대한 꿈을 키운다.

하지만 인적도 없고 습기로 가득 찬 아파트가 왠지 심상치 않다. 엘리베이터는 물로 흥건하고 천장에서 흘러내리는 물 자국은 점점 넓어지며 비어있다는 위층에서는 어린아이의 발소리가 끊이지않는다. 게다가 이쿠코가 갑자기 없어졌다 주인 모를 빨간 가방과 함께 발견되는 사건이 반복되고 요시미의 눈에는 노란 비옷을 입은 여자아이의 모습이 어른거리기까지 한다.

어느날 이쿠코의 유치원을 찾은 요시미는 환영으로 나타나는 노란 비옷에 빨간 가방을 맨 소녀의 그림을 발견한다. 소녀는 2년 전 실종됐다는 유치원생 가와이 미츠코. 요시미는 자신의 윗집인 405호가 미츠코가 살던 집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는데..

깜짝 놀랄게 두려워 눈을 손으로 가리며 공포영화를 즐기는 영화팬들은 <검은 물밑에서>을 감상할 때는 귀 막는 것까지 신경써야 할 것 같다. <공각기공대>의 음악을 맡았던 카와이 겐지 음악감독이 들려주는 쓸쓸하고 음울한 선율은 다른 공포영화에서 등장하는 소음에 가까운 놀래키는 효과음보다 더 ‘효과적으로’ 관객들을 소름끼치게 한다.

전반부만 보고도 후반부 내용을 대강 짐작할 수 있는 평이한 스토리는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다. 하지만, 반전 못지 않은 후일담이 이런 아쉬움을 어느 정도는 달래줄 수 있을 것 같다.

여주인공역의 구로키 히토미는 <실락원>으로 일본 내 각종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던 여배우. <링>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스즈키 코지의 단편소설집 ‘어두컴컴한 물밑에서’ 중 ‘부유하는 물’이 원작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1분.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