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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이번엔 미국서 리메이크
2002-12-31

비디오 테이프의 원혼은 국경을 넘어 어디서나 ‘복사’된다. 미국 드림웍스가 내놓은 <링>(The ring)은 1998년 공포 심령영화 붐을 일으켰던 일본 나가타 히데오 감독의 동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99년 리메이크(김동빈 감독)된 바 있다.

<링>은 현대사회 어디에나 존재하는 비디오테이프라는 매체를 통해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극한의 공포를 보여주는 작품. 고어 버빈스키가 메가폰을 잡은 할리우드판은 시에프 감독 출신답게 차가우면서도 감각적인 영상과 특수분장 등 ‘비주얼’이 돋보인다.

원혼이 어린 비디오테이프를 본 이들이 1주일이 되는 날 죽는다는 이야기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들을 혼자 키우며 신문기자로 당차게 살아가는 레이첼(나오미 왓츠)은 의문스런 조카의 죽음을 풀기 위해 산장을 찾았다가 조카 일행이 보았다는 비디오테이프를 보게 된다. 시골목장 기괴한 분위기의 가족 영상, 거울, 나무, 우물, 이상한 ‘링’까지 떠오르는 테이프가 끝나면 전화가 울린다. “1주일…” 그리고 사진속 얼굴이 일그러지고, 사다리가 보이고, 붉은 화상자국 증상이 차례차례 나타난다. 아들 에이단(데이비드 도프만)마저 이 테이프를 보게 되자 레이첼은 남자친구 노아(마틴 헨더슨)와 함께 이 의문을 풀기 위해 나서고, 마침내 원혼의 주인공 사마라(다베이 체이스)와 만나게 된다.

강도는 약해졌지만(반복학습의 단점!) 뻔한 10대 공포물처럼 출발해서 공포에 대한 인간의 무기력함에까지 나아가는 <링>의 매력은 여전하다. 일본판의 여주인공 레이코가 차분하지만 어쩔 수 없는 두려움에 떠는 인물이었다면 할리우드판의 레이첼은 카리스마가 넘치는 편이다. 상징적이던 일본판에 비해 할리우드판은 때론 직설적이고 너무 풀이가 많아보인다. 원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다코가 기어나오던 마지막 장면이 대표적 예. 단순한 듯 하면서도 ‘우아한’ 공포감은 쉽게 복사되지 않는다.

미국에선 개봉 5주만에 1억달러 이상의 높은 흥행수익을 올리며 가장 성공한 할리우드의 동양영화 리메이크작이 됐다. 1월10일 개봉.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