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0일 개봉되는 은 프랑스의 내로라 하는 왕년의 스타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전설적인 여배우 다니엘 다리오, 60년대 전세계 남성의 연인이었던 <쉘부르의 우산>의 카트린 드뇌브, 그리고 드뇌브와 함께 프랑스 영화계의 ‘위대한 어머니’로 꼽히는 이자벨 위페르, <마농의 샘>의 엠마뉴엘 베아르 등이 신세대 스타들과 함께 신-구세대 연기 대결을 펼친다. 밤새 눈이 펑펑 내린 크리스마스 아침. 외딴 집에 사는 카트린은 늦잠에서 깨자마자 아버지 방에서 들려오는 하녀 루이스의 비명을 듣는다. 집안의 유일한 남자인 아버지가 등에 칼이 꽂힌 채 숨져 있는 것이다.
경찰의 도움을 받으려 해도 전화선은 끊어지고 자동차 시동도 걸리지 않고 눈까지 쌓여 꼼짝할 수가 없다. 그런데 고모 피에르가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오빠가 숨졌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나타난다. 집안에는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전혀 없고 밤새도록 개도 짖지 않았는데 과연 누가 죽인 것일까.
이때부터 외할머니, 어머니, 이모, 고모, 언니, 가정부, 아버지의 정부이자 하녀, 그리고 카트린까지 8명의 여인들은 각자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서로 의심한다. 이들은 범인을 추리하고 자신의 무혐의를 증명하려는 과정에서 세월 속에 묻어두었던 비행을 낱낱이 드러내고 만다.
폐쇄된 공간을 무대로 제한된 인물을 용의선상에 올려놓는 것은 애거사 크리스티 추리소설의 전매특허. 그러나 영화는 크리스티 문체의 하드 보일드풍과는 딴판으로 즐겁고 유쾌하다. 가족의 감춰진 위선과 비밀이 한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폭소가 터지고 중견 연기자들의 ‘깜찍한’ 율동이 선보일 때마다 어깨가 들썩여진다. 따뜻하고 화려한 질감과 색채의 화면도 ‘코믹 미스터리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다.
감독은 유럽 영화계의 ‘악동’으로 꼽히는 프랑수아 오종.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년의 톱스타들을 조율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11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미리 소개돼 관객의 갈채와 환호를 이끌어냈다. 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에서도 평론가들의 별점을 가장 많이 받았으나 출연 배우 전원이 ‘탁월한 업적상’을 받는 데 그쳤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