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의 앤(교 오후 2시)=영국 역사상 가장 화려한 궁정생활을 누렸다는 헨리8세(리처드 버튼)는 호색한이다. 그는 왕자를 바라지만 왕비 캐서린(아이린 파파스)은 아들을 낳지 못한다. 프랑스 궁정에서 교육받은 당돌하고 영리한 앤 볼린(제느비브 뷔졸드)은 헨리8세의 마음을 사로잡아 캐서린과 이혼하게 만든다. 그러나 헨리8세는 앤이 딸을 낳자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린다. 그리고 그의 심복 크롬웰은 앤에게 부정한 여인이라는 죄목을 뒤집어씌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게 한다. 앤의 딸 엘리자베스는 뒷날 당당하게 여왕 자리에 오른다.
찰스 재럿 감독의 이 작품은 역사를 재현하는 데 주력했다. 헨리와 앤의 애증과 더불어 권력을 둘러싼 궁정 안의 다양한 인물들의 암투와 모략이 재미를 더해준다. 불운한 결혼생활과 알코올 중독으로 망가졌다가 이 작품으로 재기에 성공한 리처드 버튼의 연기도 볼 만하다. 15살 이상 시청가.
이상수 기자 lee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