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를 다룬 다큐멘터리 <경계도시>(감독 홍형숙 감독, 제작 서울영상집단)에 국가정보원 요원이 영화 제작진과 접촉하는 장면이 포함돼 국정원과 제작진 사이에 마찰을 빚고 있다.
이 영화의 강석필 프로듀서는 26일 “한 국정원 요원이 서울독립영화제2002에 영화가 상영된 뒤인 24일 전화를 통해 몰래카메라로 촬영된 부분이 삽입된 채로 상영을 계속할 경우 초상권 침해 등과 관련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경계도시>는 국내에 입국이 금지되고 있는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가 늦봄통일상 수상자로 선정돼 귀국을 시도하던 지난 2000년 6월초부터 2001년 5월말까지를 다룬 79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로 지난해 8월 28일 이 영화의 프로듀서와 감독이 국정원 요원 두 명을 만나는 4분 분량의 장면이 포함돼 있다. 서울 시내 한 호텔의 커피숍을 배경으로 촬영된 장면에는 국정원 직원들이 “송교수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구성원이라는 근거를 분명히 가지고 있으며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자와 회합하고 통신연락하면 그 사람도 처벌을 받게 돼 있다”고 말하는 모습과 영화를 중단하던가 이적성이 없게 수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들어있다.
<경계도시>는 지난 11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정원 직원과의 면담장면을 제외한 채로 상영됐지만 지난 21일과 25일 두 차례 서울독립영화제2002에서 상영된 버전에는 이 부분이 포함돼 있다. 강프로듀서는 “문제가 된 장면은 국가권력에 대한 자기방어 수단으로 촬영이 됐지만 분단상황이 야기한 비극과 이로 인한 왜곡된 사회상을 보여주겠다는 제작의도에 이 장면이 맞아떨어져 편집에서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상영분에 요원들의 뒷모습만 나오고 있어 초상권 침해 부분은 문제가 없으며 만남이 있기 5일 전인 2001년 8월 23일 서울지법 판결에서 송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내년 1월 중으로 예정된 한국독립영화협회 주최 ‘독립영화 관객을 만나다’에서의 상영도 문제장면 삭제 없이 강행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