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끝나는 연말이면 기쁨과 보람보다는 슬픔과 회한이 더 많아진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짐작건대 우리네 삶이란 것이 원래 그런가보다. 죽는 순간 역시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거의 언제나 실수를 하면서 살고 있는 셈이다. 설마 이번주 독립영화관(KBS2TV 토 새벽 1시10분)에서 방영할 영화 <말콤>(베이커 카림 연출/ 35mm/ 컬러/ 19분/ 스웨덴/ 2001년)과 <사랑의 기억>(오드리 오레일리 연출/ 35mm/ 컬러/ 12분/ 아일랜드/ 1999년) 등도 삶, 우수 등을 다룬다. 하지만 나름대로 따뜻하다. <말콤>은 이혼한 말콤이 어렵게 살아가면서 아들을 만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카메라는 핸드헬드와 광각렌즈로 관객을 어지럽게 할 것이다. 그 어지러움은 말콤의 신산한 삶과 흔들리는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다. 마지막 장면, 아들은 아버지를 낯선 사람 보듯이 빤히 본다. 인연이란 질기고 고달픈 것이다. <사랑의 기억>은 죽은 남편과 인연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사자의 손에 노끈을 묶는 한 여자의 모습과 장례식을 직업으로 가진 한 부부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준다. 죽은 뒤의 사랑과 살아 있을 때의 사랑은 다를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셈인데, 교차와 대조 그리고 무겁지 않은 위트가 뛰어나다. 뛰어난 단편들은 장편보다 삶의 정수를 더 잘 드러낸다. 그것은 따뜻하지만 비수 같기도 하다. 따뜻한 마음과 비수 같은 심정으로 그동안 이 조그만 지면에 눈을 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린다.이효인/ 영화평론가·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