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마니아 사이에 화제를 모았던 <더블 비전(Double Vision, 원제 雙瞳)>이 27일 개봉된다.
대만은 국내 영화시장은 작지만 리안, 차이밍량, 허샤오셴, 에드워드양 등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감독이 즐비한 영화 강국. 지난해 초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할리우드의 콜럼비아 픽처스는 이번에는 <보물섬>의 첸쿠오푸 감독을 내세워 <더블 비전>을 내놓았다. <와호장룡>에 홍콩의 월드 스타들이 대거 동원됐듯이 <더블 비전.에는 홍콩 스타 렁카화이(梁家輝)와 할리우드 배우 데이비드 모스가 가세했다.
이야기는 대만 타이베이의 어느 산부인과 분만실에서 시작된다. 한 산모는 난산 끝에 쌍둥이 중 한 여아를 사산하는데 이 장면이 사건을 푸는 실마리가 된다.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 최첨단 고층빌딩의 사무실에서 그룹 회장이 의자에 앉은 채 숨을 거둔다.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 속에서도 얼음물에 빠진 익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이어 어느 여인은 벽난로조차 없는 실내에서 불에 탄 것처럼 전신탈수증으로 숨진다. 희생자들의 공통점은 환각상태에서 목숨을 잃었고 뇌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것.
도저히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자 미국 FBI 특수요원 케빈 리히터가 파견돼 외사과 형사 황후오투와 함께 수사에 나선다. 사건의 실체에 한발짝씩 다가가면서 케빈과 황은 배후에 영생을 꿈꾸는 광신도집단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들의 본거지를 급습해 사건을 마무리짓지만 그 뒤로도 놀라운 일이 그치지 않자 그때서야 또다른 비밀이 도사리고 있음을 감지한다.
대만 뉴웨이브와 할리우드의 이번 만남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듯하다. 전편에 깔린 동양적 신비와 주술적 공포는 서양인의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장치로만 쓰인 탓인지 우리에게 공감을 자아내지 못한다. 머리와 팔이 댕강댕강 잘려나가는 엽기적 장면도 너무 부담스럽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