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에 데뷔하여 직장생활(들)을 곧 때려치우고 배짱좋게도 ‘전업 시인’을 선포하고부터 내심은 줄곧, 마흔도 넘어 쉰살이 되면 실업자 시인들은 도대체 뭘 먹고살며, 뭘 내세우고 사나 궁금했었는데 정말 50을 한해 남기고 보니 생계가 여전히 막막하면서도 앞서간 사람들이 밟은 전철이 예상되기는 한다. 문단처럼 ‘나잇값’을 쳐주는 데가 다시 없는 것. 회의도 많고 심사도 많고 위원도 많고 그것들에 매회마다 따라붙는 거마비가 쏠쏠한 게, 식솔만 없으면 글 안 쓰고 그냥 버티고 싶을 정도다.
한해도 저물고 이렇게 사는 인생에 다소 회의가 들 즈음이면 송년회를 겸한 시상식, 혹은 시상식을 겸한 송년회 초청장이 쇄도하는데다 사마다 혹은 상마다 무슨 경쟁이 붙었는지 ‘담당자’들의 참석 권유 전화도 오는지라 ‘회의하던’기분은 씻은 듯 사라지고 내가 무슨 중요한 인사라도 되는 양 우쭐해지기까지 한다.
‘가난한’ 옛날에도 가난한 기준으로 보면 사정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40수 50수란 말이 있는데, 나이 40 혹은 50을 만들 때 신체구조가 좀 달라지니 몸조심을 하지 않으면 큰일을 당한다는 뜻인 바, 이게 무슨 10주년 20주년 행사 때문에 그런 아닐까 싶다. 신체구조가 바뀌는 육체적 주기라면 12년을 주기로 해야 맞지 10년을 주기로 한다는 것은 너무 ‘사회적’ 아니겠는가.
어쨌거나 올해 연말은 대선(술자리)까지 있을 터이므로 나는, 먹거리-술거리 걱정은커녕 연말의 ‘살인적인’ 술자리들을 통과하고도 목숨을 부지할 방도를 마련해야 하는 매우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었었다.
한데 ‘전설적인’ 김지하가 상을 탄다니 만해문학상 수상식 안 갈 수 없고 대산문학상은 김지하만 타는 게 아니고 내게는 친형보다 더 고맙게 대해준 김원우(소설부문)까지 탄다니 안 가볼 수 없고 동서문학상은 사랑하는 후배 이승우(소설가)와 박형준(시인)이 더블로 탄다니 안 가볼 수 없고…. 문학판 장편소설 수상식은 잡지사에서 난생처음 하는 행사니 안 가볼 수 없고…. 이쯤해서 나는 벌써 지쳐버렸는데, 한국문학상은 은희경이 타게 돼 미국에서 오랜만에 잠깐 들어온다니 안 가볼 수 없고, 그랬으나, 숙취가 너무 심해 정시에는 못 가보고 다행히도 그날 저녁 늦게 얼굴이나마 보았고, 문학동네 시상식은 사장과 직원들이 너무 좋으니 안 가볼 수 없었으나, 역시 몸이 달려 못 가다가, 새벽 1시에 황석영에게 불려나갔고, 지금 겨우 정신을 수습하여 이 글을 쓰는 중이다. 아, 이렇게 근근이 연명하고사는 거구나. 대선 술자리에 아예 안 낀 게 정말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김정환/ 시인·소설가 maydapoe@thru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