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개봉될 태국 영화 <방라잔>은 임진왜란의 진주성 싸움을 연상케 하는 방라잔 전투를 소재로 삼았다.
1592년 10월 왜군은 2만명의 병력으로 진주성 공격에 나섰다가 관군 3천800명과 진주성 주민이 혼연일체가 된 항전에 부딪혀 패퇴한다. 이듬해 6월 복수전에 나선 왜군은 3만7천명의 병력을 동원해 끝내 성을 함락시키고 주민들을 학살했다. 그로부터 170여년 후, 버마(미얀마)의 망그라 왕은 국내 반란세력들을 잠재우기 위해 1765년 아유타야 왕조의 시암(태국)을 침공한다.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국내 정세를 안정시킬 목적으로 조선 정벌에 나선 것과 유사하다.
버마군의 원정길에도 진주성과 같은 눈엣가시가 있었으니 바로 방라잔 마을이었다. 시암의 수도 아유타야로 향하던 네메아오 휘하의 버마군은 방라잔에서 기습을 당해 궤멸된다. 버마군을 보면 도망가기에 바빴던 시암군은 방라잔 승리에 사기가 오르고 여기저기서 의병의 기치가 오른다. 아내와 아들을 버마군에게 잃은 도적 아이 잔도 게릴라로 나서 버마군의 배급로를 습격하는 등 혁혁한 전과를 올린다.
그러나 방라잔 전투는 버마군의 분노를 촉발시켜 대규모 공세에 나서게 만든다. 방라잔 주민은 아이 잔을 초빙, 전투 훈련을 거듭하며 전열을 가다듬는 한편 왕궁으로 사람을 보내 대포 지원을 요청한다. 그러나 아유타야 조정은 대포가 버마군의 손에 들어갈 우려가 있다며 지원을 거절한다.
방라잔 전사들은 놀라운 투혼을 발휘하지만 버마군의 인해전술과 신무기에 밀려 결국 모두 산화하고 만다. 방라잔에서 2년 동안이나 발이 묶여 있던 버마군은 파죽지세로 아유타야로 진격, 손쉽게 왕조를 멸망시킨다.
방라잔 전투는 지금까지 문학작품은 물론 TV 드라마와 영화로도 여러 차례 만들어졌다.
타닛 지트누쿨 감독은 방라잔 전사들의 전설적인 무용담을 스펙터클한 영상에 담기 위해 대규모 오픈 세트를 짓고 <낭낙>으로 잘 알려진 위나이 크라이부트르와 중견배우 춤프호른 테프히탁 등을 캐스팅했다. 아이 무앙과 에 타엥 오안의 로맨스 등 영화적 재미를 안겨줄 만한 이야기도 끼워넣었다.
2001년 초 개봉한 이 영화는 태국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 수입을 올리는가 하면(그해 하반기 <수리요타이>가 기록 경신) 타이영화제 11개 부문 석권, 아태영화제 미술상, 프랑스 도빌영화제 감독상 등 화려한 기록을 남겼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도 선보였다.
그러나 태국 왕조사에 전혀 사전지식이 없는 한국 관객으로서는 쉽게 영화에 빠져들기는 힘들다. 목이 잘려나가 땅에 뒹굴고 도끼가 등에 꽂히는 등 끔찍한 장면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