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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윌리엄스의 놀라운 변신 <스토커>
2002-12-03

거대한 창고형 쇼핑몰 세이브마트의 사진코너에 근무하는 싸이(로빈 윌리엄스)에겐 니나 욜킨(코니 닐슨)이란 단골손님이 있다. 싸이는 니나가 연애하고, 윌(마이클 바탄)과 결혼하고, 아들 제이크가 태어나 자라나는 모습을 10년 가까이 사진을 뽑아주며 지켜봤다.

<스토커>(원제 One hour photo)에서 ‘스토커’는 이 가족의 행복을 시기하거나 깨려는 인물이 아니다. 싸이는 제이크의 ‘삼촌’처럼 자신을 느끼며 자신도 그 가족의 일원이 된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만족해 한다. 직장에서 잘릴 때도 싸이가 괴로워했던 건 더이상 이들의 행복을 지켜보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러니 윌의 외도를 ‘사진’을 통해 목격한 싸이가 ‘행동’에 나선 건 당연한 귀결이다.

입술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노란색으로 물들인 머리와 특징없는 점퍼에 하늘색 가방을 메고 다니는 로빈 윌리엄스는 심약하면서도 한순간 사이코가 되는 싸이역에 더할나위없이 어울린다. 근로자들을 한 눈에 통제하는 듯한 온통 새하얀색의 세이브마트의 내부와 회색과 흰색 톤의 싸이의 아파트 디자인은 초현실적인 느낌까지 주며 불안정하고 고독한 싸이의 내면을 드러낸다.

물론 싸이의 지금 모습이 어렸을 때 불행한 가족에서 연유했다는 설정은 상투적인 느낌을 주고, 싸이의 행동엔 앞뒤가 맞지않는 부분도 적지않다. 하지만 <스토커>는 사진 한 장이 증명하는 행복이란 얼마나 얄팍한 것인가를 드러내며 인상적인 스릴러 영화가 된다. 견고해 보이지만 사실은 무심하고 깨지기 쉬운 중산층 가족의 행복이 더 섬뜩한 것인지 모른다. 마돈나, 마이클 잭슨 등의 뮤직비디오로 유명한 마크 로마넥이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6일 개봉.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