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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본드와 ‘스위스 커넥션’
2002-11-29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 제20탄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가 28일 스위스 전역에서 동시 개봉된 가운데 현지 언론들은 탄생 40주년을 맞은 007 시리즈의 주인공 본드와 스위스의 각별한 연(緣)에 초점을 맞췄다.

본드가 전지전능한 영국 스파이의 대명사로 묘사되고 있지만 본드의 어머니가 스위스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영화팬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본드와 ‘혈연’관계외에도 지금까지 3편의 007 시리즈에서 스위스가 7번이나 촬영장소로 사용됐다는 점도 ‘스위스 커넥션’을 내세우는 요소중의 하나이다.

영화의 원작인 이언 플레밍의 추리소설에 따르면 실제로 본드의 아버지 앤드루 본드는 스코틀랜드 출신이며 어머니 모니크 들라크루아는 제네바 인근의 보(Vaud) 칸톤(州)에서 태어난 스위스인이다. 제임스 본드 팬클럽의 회원인 앤지 슈밥은 스위스국제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제임스 본드가 모계로 반(半) 스위스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팬들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007 시리즈에서 촬영장소로 사용된 지역 가운데 일반인과 관광객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융푸라우 반대편 정상에 있는 ‘쉴트호른 전망대’이다. 호주 출신의 배우 조지 라젠비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드역을 맡았던 제6탄(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에서 쉴트호른 봉(峰) 정상의 회전식당을 파괴하는 장면을 클라이맥스로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제작사와 시공업체간에 상업적인 흥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8년 촬영 당시에는 회전식당 건축이 초기단계에 있었으나 시공업체가 자금난에 빠지는 바람에 공사를 중단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었으며 제작사는 쉴트호른 전역을 독점 사용하는 대신 촬영이 끝난 후에 회전식당 건축비용을 부담하는 선에서 서로의 필요를 충족하는 타협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쉴트호른 전망대측은 007 시리즈 덕분에 일약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발돋움하게 됐으며 회전식당 고정메뉴로 ‘본드 스페셜’을 개발하고 현장에서 촬영한 장면을 보여주는 미니영화관까지 개설하는 등 ‘본드특수’로 짭짭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

이어 피어스 브로스넌은 95년에 제작된 골든 아이(Golden Eye)」에서 로카르노 인근에 있는 높이 220m의 베르자스카 댐에서 번지 점프를 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브로스넌의 대역을 맡았던 스턴트맨은 기록경신에 도전하는 용기를 발휘하기 까지 2주간이나 망설였다는 후문이다.

개봉 이후 베르자스카 댐이 유명 관광지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불문가지이며 일부 배짱이 두둑한 관광객들에게는 지금도 번지 점프를 재현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

007 시리즈의 ‘스위스 커넥션’은 본드의 혈통과 촬영장소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시리즈 제1탄 <닥터 노(Dr. No)>에서 비키니 수영복 차림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본드걸 우르술라 안드레아스가 수도 베른 출신의 스위스 여성이다. 우르술라가 촬영당시 착용했던 비키니는 최근 영국 경매시장에서 수영복으로는 사상 최고가인 10만프랑(6만7천 달러)에 팔렸다.

또한 72년 숀 코너리의 뒤를 이어 본드역에 발탁돼 7편의 시리즈에 주연으로 활약했던 로저 무어는 현재 세계적인 스키 휴양지 크랑 몽타나에 거주하고 있으며 알프스를 바라보는 휴양지 그스타드에 샬레(오두막)도 보유하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