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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죽어도 좋아>의 박치규, 이순예
2002-11-27

“사랑이 가장 중요해요. 멋지게 사랑 표현하며 살아야죠”

좀처럼 언론에 얼굴을 보이지 않던 영화 <죽어도 좋아>의 박치규(73) 할아버지와 이순예(71) 할머니가 26일 오후 기자들을 만났다. 이 영화를 연출한 박진표 감독은 “영화를 영화로 봐달라”며 “할아버지, 할머니께 실례되는 질문은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고 당부하며 처음 언론에 노출되는 두 배우를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젊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우리 부부를 부러워했으면 좋겠어요”(할아버지), “조금 부끄럽네요. 늙었다고 못하는 것은 없어요. 관객들이 우리 모습을 보고 감탄하도록 감명깊게 봤으면 좋겠어요”(할머니)라고 각각 소감을 밝혔다.

“사랑이 가장 중요해요. 젊은이들은 나이 먹은 사람 이상으로 멋지게 사랑 표현하며 살아야죠” 박치규 할아버지가 젊은 관객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바로 ‘사랑=표현’이라는 말. 이순예 할머니는 비슷한 나이의 관객들에게 건강을 강조했다. “건강이 꽃이에요. 잘 먹고 용기를 내면 기쁘게 살 수 있습니다.”

부부가 처음 박진표 감독을 만나게 된 것은 박감독이 PD로 있던 경인방송의 다큐멘터리 「사랑」에 출연하면서 부터. 이후 영화 데뷔를 준비 중이던 박감독은 재미있게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겠다고 결심했다.

“태어나서 이런 영광이 없다”며 흔쾌히 승낙했던 할아버지와는 달리 할머니는 망설이는 마음이 조금은 있었다고.

“자식들도 그렇고 조금은 어렵게 생각했죠. 하지만 ‘부끄럽지만 영화를 잘 알고 해석하면 그렇지 않다. 걱정하지 마라 대박 터질 것이다’ 그랬죠.”

박치규 할아버지는 6.25 참전용사 출신으로 젊었을 때 가수가 꿈이었으며 첫번째 아내를 잃고 독신으로 살다 2년 전 할머니를 만났다. 이순예 할머니는 경기 민요의 전수자로 한때 후학을 양성하기도 했던 소리꾼 출신.

이런 두 사람은 영화에서처럼 우연히 공원에서 처음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좋아서 이런 연분이 있을까 해요. 하다못해 노래자랑도 혼자 나가면 안 되지만 같이 나가면 인기상이라도 타는데요, 이게 다 그 증거라니까요”

할아버지는 첫눈에 할머니의 모든 것이 다 좋아졌다고. 반면에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유머감각이 좋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표현, 웃기는 소리 잘해요. 정도 많고. 젊은이들도 하기 어려운 애정표현을 잘하는 것도 좋고”

혹시 다른 영화에 출연제의가 들어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부부는 당연히 응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좋은 영화 만들 수 있다면 아주 멋들어지게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할머니에게) 그렇지?”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