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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사건의 기발함,<트랩트>
2002-11-26

■ Story

카렌(샤를리즈 테론)은 의사인 남편 윌(스튜어트 타운젠드)을 배웅하고 딸 에비(다코타 패닝)와 함께 집에 돌아온다. 간식을 준비한 카렌이 에비를 부르지만 대답이 없다. 갑자기 나타난 한 남자, 조(케빈 베이컨)는 태연하게 아이를 유괴했다고 말한다. 아이는 동료가 데리고 있고, 자신이 30분마다 그에게 전화하지 않으면 아이를 죽일 것이라고. 같은 시간 윌이 호텔의 방에 들어가려 하는 순간 한 여자가 나타난다. 윌이 무시하고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쉘리(커트니 러브)는 에비를 유괴했다고 말한다. 쉘리는 함께 방에 들어가 조의 전화를 기다린다. 다음날 아침 카렌이 윌에게 돈을 송금하면, 윌이 인출을 해서 쉘리에게 건네준다. 그러면 에비를 돌려주는 완벽한 유괴다.

■ Review

<트랩트>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유괴사건의 기발함이다. <트랩트>는 세 장소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카렌과 함께 있는 조가 모든 것을 지휘한다. 경찰이 오거나, 조가 다쳐서 전화를 하지 못하면 아무리 빨리 가도 30분이 넘는 거리의 은신처에 있는 동료가 에비를 죽인다. 윌이 이상한 점을 눈치채고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다.

조 일당은 가족을 각각 다른 장소에 잡아두고, 그들이 다른 행동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카렌과 윌은 대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각자의 상황을 알지 못하고,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트랩트>는 세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긴박감을 자아낸다.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상황이 서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내고 계속 엮어내는 것이다. 얼마 전 케이블에서 방영된 <24>는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도시 곳곳에서 하루 동안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 스릴러물이다. <트랩트>의 원작 제목도 역시 <24시간>이다. 정해진 시간 동안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서로 연관이 있는 사건들을 동시에 만나는 것은 꽤 스릴있다.

조 일당의 치밀한 계획은 외부의 힘이 아니라, 자체의 모순 때문에 붕괴한다. 세 곳으로 나뉘어진 장소 때문에, 그들 역시 상황을 100% 통제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들이 한데 뭉쳐 있었다면 누구 하나가 설득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트랩트>의 완벽한 듯 보이는 유괴가 무너져내리는 과정은 배우들의 현란한 연기 덕에 설득력 있다. <트랩트>는 각각의 장소마다 두명씩의 배우가 나뉘어 연기대결을 펼친다. 가장 불꽃이 튀는 곳은 물론 케빈 베이컨과 샤를리즈 테론이다. 카렌이 조를 유혹하는 듯하다가 메스를 들이대고 위협하는 장면은 <트랩트>의 백미다. 커트니 러브와 <아이 엠 샘>의 아역배우 다코다 패닝의 연기도 볼 만하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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