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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산업 한 발짝 더 앞으로,<태권 패밀리>
2002-11-22

애니비전

11월 초 방한한 영국 본머스 대학의 존 빈스 교수는 컴퓨터애니메이션을 일컬어 “예술과 과학의 결혼”이라고 표현했다. 컴퓨터라는 단어조차 생경했을 1960년대, 컴퓨터그래픽을 시작한 이 사람은 명실공히 영국 디지털애니메이션의 선구자인 셈이다. “실사를 두고 왜 굳이 3D애니메이션 기술을 구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자괴감에 빠진 일부 3D애니메이터들에게 “사물을 재창조하는 행위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뭔가 특별한 것이 필요한 일이다. 자유롭게 위험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고, 인간 없이도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장점을 제외하고라도, 3D애니메이션은 도전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명쾌하게 답했다. 그는 3D애니메이션 기법이 단순히 실사의 대용으로 국한되는 것 역시 경계했다.

그럼에도 수많은 업체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국내의 3D애니메이션 분야는 아직까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꿈의 산업’으로 가는 길은 정말 요원한 것일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길을 꾸준히 걷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오콘(www.ocon.co.kr)이다. 1996년부터 3D 분야에서 활동해온 오콘은 ‘나잘난 박사’를 만든 곳으로 더 유명하다. 이곳은 비교적 시장이 활성화된 CF 제작을 애니메이션과 병행하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오콘이 몇년 전부터 준비해온 애니메이션 중 하나가 <태권 패밀리>다. 극장용과 TV 시리즈로 동시에 진행되는 이 작품은 코믹액션 모험물. 현재는 데모 영상 2편이 나온 상태로, 투자를 유치 중이다. 태권도를 하는 가족 여섯명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 작품의 사건은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모으는 ‘세계 무술 고수 액션 퍼즐’에서 비롯된다. 각종 무술 고수들의 동작을 모아 만드는 이 퍼즐에 자신이 등장하지 않자, 할아버지는 심한 질투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액션 퍼즐 제작사인 무술 원더랜드 그룹배 세계무술대회가 열리고, 할아버지를 비롯한 가족 일원은 시합 참가를 위해 원더랜드로 향한다. 그러나 정작 무술대회에 참가하고자 하는 사람은 할아버지뿐이고, 철없는 아빠와 엄마는 원더랜드의 환상적인 놀이기구를 즐기기 위해, 삼남매는 퍼즐 벽에 도전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발길을 돌린 것이다.

그러나 사건은 반드시 일어나게 마련이니, 음모를 꾸미고 있는 주최쪽이 세계 무술의 고수들을 감금한 것이다! 고수들의 강력한 무술 에너지를 추출해 세계 정복의 야욕을 달성하고자 하는 원더랜드 회장의 음모를 알게 된 태권 패밀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삼남매와 애완견 토토는 고수들과 힘을 합쳐 악을 쳐부수려 하지만, 고수들은 각자 자존심만 내세우느라 오합지졸이 되고 만다. 과연 원더랜드는 세계 정복을 이뤄낼 것인가, 하는 것이 짐작대로 <태권 패밀리>의 관건이다.

전세계 시장을 겨냥해서인지 캐릭터의 외모와 이름을 비롯한 작품 스타일은 모두 서양식이다. 태권도와 대중문화를 절묘하게 결합한 <태권 패밀리>에 현실적으로 남은 문제는 투자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몇년 뒤에 봐도 유치하지 않을 ‘센스’다. 아직은 위화감이 느껴지는 3D 영상에 저절로 빠져들게 만드는 것은 센스, 그리고 하나 더 꼽자면 스토리인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콘이 그려내는 3D는 결코 실사의 대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코믹하고 명랑한 오콘의 개성이 담긴 작품을 하루빨리 볼 수 있게 되길. 김일림/ 월간 <뉴타입> 기자 illim@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