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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장 이승진
2002-11-20

명성,최고의 홍보

2002년 아시안게임 개막식 당일에 소요된 예산이 170억원, 열흘 동안의 일정으로 국내외 게스트, 관객을 맞는 부산영화제의 올해 예산액은 30억원이 조금 넘는다. 스폰서로 나섰던 기업과의 갑작스런 스폰서십 결렬 등으로 예산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에 비하면 조금 나아진 상황이긴 하지만, 국제영화제의 위상과 서비스를 요구받는 부산영화제 입장에선 턱없이 부족하기만 한 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발상의 전환 덕분에 작은 예산으로 큰 변화를 일궈냈다. 영화제의 달라진 모습 그 하나는 사무국 풍경에서 확인할 수 있다. 60평 남짓한 사무실 안에 파티션 몇개로 엉성한 구획을 지어놓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바쁘기 그지없는 개막 하루 전날에도 일련의 파티션 종대로 편리하게 짜여진 사무실 한편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사무국 스탭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때아닌 여유를 발견할 수 있을 정도.

패닉에 가깝도록 정신없던 사무국 풍경이야 이미 졸업한 지 오래지만, 이토록 정돈되고 느긋한 사무국 풍경은, 1회부터 부산영화제에 참여해온 사무국장 이승진(33)씨의 무려 7년에 걸친 싸움 덕분. 사무실의 효율적 공간 구획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온 작은 결과물 앞에 그는 흐뭇한 웃음과 함께 집행 내역을 꺼내든다. 파티션 구입에 드는 돈은 불과 250여 만원. 그 정도의 예산을 기획하고 집행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는 것은 그만큼 그보다 급한 사안들이 지금껏 예산내역서 곳곳을 채워왔다는 얘기다. “당장 발등에 불을 끄는 게 더 시급했죠. 사무실 환경 개선이야 게스트 초청과 상영관 임대 같은 문제에 비한다면 차후로 밀릴 수밖에요. 하지만, 사무실 풍경이 바뀌니 다들 더욱 심기일전하는 것 같아요. 그게 제일 뿌듯하죠.” 그가 일궈낸 작지만 큰 배려는 이뿐만이 아니다. 홍보팀에서 일하던 중 자원봉사자 담당까지 도맡은 그는 자원봉사자에게 지급되는 값싼 노역비(?)에 미안한 맘을 감추지 못하다가 드디어 부산영화제를 거쳐간 2천여 자원봉사자 출신들에게 애틋한 마음의 선물을 마련했다. ‘홈 커밍 데이’라 이름붙여진 이 스페셜 이벤트는 자원봉사자로 일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공짜로 영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부산영화제 자원봉사자를 체험했다는 사실만으로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크고 작은 이벤트가 계속적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밑바닥에서 굴러본 사람만이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그이기에, 한해도 거르지 않고 7년간 꼬박 쌓아온 현장에서의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 “요즘 출시되는 코카콜라 캔 혹시 보셨어요 상품 로고 바로 위에 당당히 박힌 부산영화제 로고, 그거 박는 데 4년 걸렸어요. 스폰서를 따내는 특별한 비결은, 결국 우리 영화제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길밖에 없어요. 그 길을 위해 이 한몸 불사를 겁니다.” 글 심지현 simssisi@dreamx.net·사진 손홍주 lightson@hani.co.kr

프로필

→ 1970년생→ 1996년 부산 ‘씨네마떼끄 1/24’에서 연구회원으로 활동 중 1회 부산 영화제 자원봉사자로 참여→ 홍보팀 면접을 거쳐 야외 홍보물, 홈페이지 제작 담당·2회부터 자원봉사자 담당.→ 영화제 IP 관련일 담당·4회부터 사무국에서 일하다 올해부터 사무국장에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