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Reivew] 타운 앤 컨트리
2002-11-19

■ Story

건축사와 디자이너인 포터(워런 비티)와 엘리(다이앤 키튼) 부부는 지난 25년간 남들 눈이나 스스로에게도 ‘완벽한’ 부부로 살아왔다. 모나(골디 혼)와 그리핀(개리 샌들링) 부부는 이들의 절친한 친구다. 어느 날 모나가 그리핀의 외도현장을 목격하며 이혼을 하게 되고, 이를 위로하고 수습해주려던 포터는 수십년 친구였던 모나와 섹스관계를 맺게 된다. 이즈음 남편의 또 다른 외도사실을 알게 된 앨리(앞에선 엘리로 나옴. 확인 바람)는 친구 모나에게 찾아와 하소연을 한다. 냉랭한 아내 앞에서 괴로워하던 포터는 그리핀과 도피여행을 떠난다.

■ Review

여기 벌거벗은 한 남성이 있다. 그의 아내는 지적이고 사려깊으며(다른 누구도 아닌 다이앤 키튼 아닌가!) 그 또한 25년간 한눈 한번 안 팔며 살아왔다. 그놈의 친구 그리핀이 “자넨 정말 한번도 외도를 안 했단 말야” 말만 하지 않았어도.

포터는 아름다운 첼리스트(나스타샤 킨스키)와, 또 한편으론 오래된 친구 모나와 관계를 맺는다. 그렇다고 그가 사악한 인물도 아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상황과 분위기에 휘말리며 사태는 더욱 악화된다.

<타운 앤 컨트리>는 미국 중산층 부부의 사랑과 결혼의 위기에 관한 한판 소동이다. 흔하긴 하지만 나쁜 소재는 아니다. 여기에 인물들의 수다스러움과 뮤지컬 못지않게 쓰이는 음악까지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영화는 1930년대 스크루볼코미디로도, 우디 앨런으로도 길을 잡지 못한 채 우스꽝스런 대파국으로 치닫고 만다.

이 폭주기관차에 탄 손님들을 보자. 찰턴 헤스턴과 앤디 맥도웰은 ‘엽기’ 부녀로 나온다. 포터를 침대로 찾아간 뒤 인형을 들고 신음소리를 내는 놀이를 하는 딸에, ‘공주님’인 자기 딸을 모욕했다고 파티장에 총을 들고 나타나는 괴팍한 성격의 아버지다. 이들이 포터로 하여금 아내의 소중함을 깨닫게 할진 몰라도, 이유없는 엽기행각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어이가 없다.

물론 포터와 모나의 섹스 직후 두쌍의 부부가 모나의 집에 모여드는 장면이나 여성화장실에 포터와 관계를 가진 다섯명의 여성들이 차례로 들어서는 장면처럼 기억에 남는 부분도 있다.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결국 자기 식으로 해석하며 떠들어대는 인물들은 인상적이고, 연극을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쟁쟁한 배우들이 평소의 낯익은 캐릭터로 나오는 것도 편해 보인다.

하지만 결국 ‘정직함’이 최고라며 이 헛소동을 급하게 봉합해버리고 나면(그나마 자신이 게이임을 털어놓는 그리핀의 이야기가 가장 그럴듯하다), 남는 건 기이한 캐릭터와 대사들뿐이다. 워런 비티가 급기야 북극곰 옷을 뒤집어쓰고 마을파티에 갈 때는 이 배우들에 대한 안쓰러움을 금할 수 없다.김영희/ <한겨레> 문화부 기자 dora@hani.co.kr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