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아무리 죽여도 살아나는 제이슨의 무한한 생명력을 훔쳐내려던 계획은 제이슨이 난동을 부리면서 수포로 돌아가고, 제이슨을 겨우 냉동상태로만 만들어버린다. 시간이 흘러 25세기, 지구는 이미 황폐하여 생명체가 살지 못하고, 인간은 우주공간으로 흩어져갔다. 실습을 나온 학생들의 우주선이 크리스털 호수 주변에 착륙하여 제이슨을 발견한다.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냉동에서 풀려난 제이슨은 여전히 살인마의 위력을 발휘한다. 미래의 기술을 이용하여 제이슨을 죽이는 데 성공하지만, 이번에는 생명력이 아니라 첨단 나노머신을 이용한 재생기술이 제이슨을 되살려낸다.
■ Review
제이슨의 생명력은 정말 놀랍다. 에서 제이슨은 나오지 않았고, 2편부터 등장한 제이슨은 불사신의 존재였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기는 했지만, 제이슨은 단순한 인간이었다. 프레디처럼 꿈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혼령이나 마이클 마이어스처럼 태어날 때부터 악마가 아니었다. 단지 속편 때문에 제이슨의 부활이 필요했고, 생명력 이상의 무엇이 필요했다. 때로는 무덤 속에서 뚫고 나오기도 하고, 초능력자의 힘 덕분에 쇠사슬을 끊고 호수 밑에서 기어나오기도 했다. 이제 제이슨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된 것이다. 8, 9편 정도에서는 제이슨은 단순한 살인마가 아니라 인간과는 전혀 다른 악의 화신 그 자체였다. 10번째인 <제이슨 X>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첨단 과학과 결합한다.
<나이트메어>는 웨스 크레이븐, <헬레이저>는 클라이브 바커 같은 거장의 손길로 빚어진 덕에 시리즈 자체에 고유한 세계가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은 잘 만든 난도질 영화일 뿐이었다. 속편들도 새로운 해석을 가할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고, 그저 폭력의 강도를 조금 더 높이는 정도였다. 그나마 시리즈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하키 마스크를 쓰고 거대한 칼을 휘두르는 제이슨의 카리스마 때문이다. <나이트메어>가 꿈과 현실 그리고 인간의 상상력이라는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고 <헬레이저>가 악의 존재에 대한 일관된 탐구를 담고 있었던 것과는 다르다. 시리즈는 오로지 제이슨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팔아먹는 데 열중해왔다.
그럼에도 지금 <제이슨 X>를 보는 이유는, 여전히 제이슨이다. 공포영화의 팬이라면 제이슨의 영화를 그냥 넘어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나노머신으로 재생된 제이슨의 모습은 꽤 멋지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제이슨 X>를 볼 이유는 된다. 아쉽게도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