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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40대의 삼각관계 탐구 <질투는 나의 힘>
2002-11-19

<질투는 나의 힘>은 20대 청년, 30대 여성, 40대 남성 사이의 미묘한 삼각관계에 관한 탐구다. 모든 게 아직 미정이고 불안한 20대 청년이, 모든 게 명쾌한 40대 장년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사랑하는 여성을 두 번이나 빼앗긴다는 게 줄거리의 큰 틀이다. 감독은 이 불안스런 삼각관계를 통해 세상이 굴러가는 방식, 꿈 많던 젊은이가 사회의 한 조각으로 물려 들어가는 방식의 단면을 함께 보여준다. 이원상(박해일)은 졸업 논문만 남겨둔 대학원생이다. 유학을 다녀와 교수가 되는 게 꿈이다. 옥탑방에서 하숙하는 그는 외고 따위로 생활비를 충당한다. 어느 날 친구가 기자로 일하는 문학잡지에 객원기자로 취직한다. 공교롭게 원상은 이 잡지의 편집장 한윤식(문성근) 때문에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악연을 가지고 있다. 여자관계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복잡한” 윤식은 “바람도 안 피고 마누라한테도 못하는 남편보단 바람도 잘 피고 마누라한테도 잘 하는 남편이 백 번 낫다”는 ‘명쾌한’ 신념을 지닌 닳고닳은 현실주의자다. 여기에 수의사 때려치우고 사진기자로 들어온 박성연(배종옥)이 끼여든다. 원상은 누나같은 성연에게 끌리지만, 편집장이 어느새 성연과도 관계를 맺고 있음을 깨닫는다.<질투…>는 어떤 교훈이나 가치관을 강요하고 선동하는 대신, 미워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는 일상의 ‘작은’ 사람들을 잔잔하게 그려냈다. 등장인물들은 세상과 마찰하며 조약돌처럼 반질반질 닳아간다. 인간 내면의 거친 질감이 닳아지는 동안 내질렀을 비명은 스크린에 등장하지 않고 관객의 짐작에 맡긴다. 멋을 전혀 부리지 않은 화면 구도는 완고할 정도로 정돈돼 있다. 감독의 어눌한 말씨 뒤에 얼마만큼의 자신감이 숨어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가 홍상수 감독의 조감독 출신임을 염두에 둔다면, ‘청출어람’을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제작사인 청년필름(대표 김광수) 쪽은 이 작품을 뜸들이고 아꼈다가 내년 늦봄쯤 국내 개봉할 생각이다. 이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