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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 김수용 감독 인터뷰
2002-11-16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회고전을 갖는 김수용 감독을 15일 오후 부산 대영극장에서 열린 '오픈 토크'에서 만났다.지난 58년 첫영화 <공처가>로 데뷔한 김수용 감독은 <갯마을>, <안개>에서 부터 <야행>, <화려한 외출>과 99년작 <침향>에 이르기까지 109편의 영화를 만들며 '한국 영화에 인간과 사회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산 영화제는 김수용 감독을 위해 같은날 낮에 열린 핸드프린팅 행사를 마련했고 프랑스의 토털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는 그에게 거장들만이 받을 수 있다는 디렉터스 체어를 선사할 예정이다.다음은 김수용 감독의 일문일답.--가장 최근 영화인 <침향>에 대해서 말해달라.▲109번째 영화를 만드는 기쁨은 있었지만 경제적 손실이 너무 컸다. 진실은 가까운데 있고 때묻은 창녀에게 오히려 인간의 향기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담고 있다. --요즘 젊은 영화 감독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나처럼 젊은 감독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 없다. (영상물등급위원장이라는)위치도 그렇고 젊은 감독들의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요즘 영화의 장점은 관객들에게 보여지기 위해 만들어져서 재미있다는 것이다. 물량 투입도 많고 속도감도 있어서 재미있다. 한 달에 한 두번은 묵직한 영화를 발견하기도 한다. <오아시스>를 보고 이렇게 무겁고 가슴아픈 영화가 있을 수가 하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도 관객들과 호흡하는데도 성공했다. 깔끔하고 강렬하고 진실하게 표현된 영화를 젊은 감독들이 만들었으면 한다.--영상물등급위의 등급심의에서 제한상영가 논란을 빚은 <죽어도 좋아>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데.▲박진표는 내 대학(중앙대 연극영화학과) 제자다. 박감독이 '감독론' 수업을 들었다고 후에 알게 됐다. 박감독과는 손톱만큼의 갈등도 없다. 부산 영화제에서 많이들 봤으면 좋겠다. 제한상영가 결정은 투표를 통해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정됐다. 나처럼 이 영화때문에 맘고생 많이 한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박진표 감독과 만난 자리에서 문제 장면을 아름답게 승화시켜서 표현해 봐라고 충고한 적 있다.감독은 내부의 검열을 거쳐야 한다. 찍고 싶은 대로만 찍어서는 안된다. 예술적 양심으로 내부 검열을 거치면 영등위(를 통한 등급부여 절차는)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구상중인 작품은 있는가▲나를 거장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이런 늙은 감독에게 돈대는 제작자는 없다. 하지만, 다음에는 집을 팔아서라도 영화를 찍을 생각이다. 인간의 욕망과 본능을 테마로 한 야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 금욕에 관한 영화다. 진짜 의상이 필요 없는 영화를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부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