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조직폭력배로부터 압력을 받아 거액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영화계 안팎에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곽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압력설을 부인하면서 순수한 사례금을 준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폭력조직에 돈이 흘러갔을 가능성을 완전히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곽감독은 다음주 검찰에 출두, 모든 의혹에 대해 떳떳이 사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조만간 혐의사실에 대한 진위 여부가 드러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최근 드라마 「야인시대」의 폭발적인 인기와 더불어 몇년 전부터 영화가와 방송가에 거세게 불고 있는 이른바 `조폭 신드롬'에 대한 시비도 가열되고 있으며 차제에 불투명한 영화계의 회계처리 관행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폭력조직 지원금인가, 흥행 보상금인가부산지검 강력부는 지난해 K씨 등 폭력조직 칠성파 조직원들이 곽경택 감독을 협박해 영화 「친구」의 제작사와 투자배급사로부터 5억원을 받은 혐의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이에 대해 곽감독은 "조직폭력배로부터 협박을 받은 적이 전혀 없으며 관례상 영화사로부터 받은 보너스 중 일부를 실제 모델이자 시나리오 집필에 도움을 준 친구에게 사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투자배급사인 코리아픽쳐스도 "두 달 전 관계자가 검찰에 출두했을 당시 검사로부터 조폭의 압력 여부를 집중 추궁당했으나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으며 흥행 수익에 대한 보너스를 감독에게 전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그러나 논란의 소지가 되는 부분은 곽감독이 복역중인 친구 정모씨의 요구에 따라 2억5천만원의 사례금을 부인과 폭력조직 선배에게 전달했다는 것. 단지 선배에게 돈을 맡긴 것이 아니라 그 돈이 폭력조직의 자금으로 쓰였다면 혐의가 일부 인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최근 `PR비' 수사과정에서도 서세원씨가 제작한 영화 <조폭마누라>에 폭력조직의 돈이 유입된 뒤 운영자금으로 빠져나갔다는 단서를 검찰이 포착했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수익 배분 둘러싼 갈등 있었나, 없었나 검찰 수사가 진정에 의해 시작됐다는 소문이 흘러나오자 영화계 주변에서는 제작진 가운데 누군가 수익금 배분에 대해 불만을 품고 폭력조직 지원 혐의를 제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영화 출연진이나 제작진은 러닝 개런티에 미리 합의하지 않는 한 흥행 수익에 따른 분배를 요구할 권리는 없다. 흥행이 실패하더라도 개런티를 돌려줄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대한 수익이 발생하면 격려 차원에서 보너스를 나눠주는 것이 관례로 돼 있으며 「친구」의 경우 스태프에 대한 격려금으로 10억원이 지급됐다. 이 과정에서 누가 얼마를 받았는지는 공표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나 기여도와 액수를 놓고 일부 제작진이 불만을 품을 가능성은 상존한다.지난해 10월 <친구>의 주연배우 장동건의 소속사는 "전속권 귀속에 따른 흥행 수익금을 돌려달라"며 공동제작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고, 네티즌 펀딩에 참여한 일반 투자자들도 당초 발표된 제작비가 늘어나자 "투자자에 대한 배분을 줄이기 위해 제작사가 의도적으로 제작비를 불린 것 아니냐"고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졌다.또한 지난 5월 <집으로…> 주인공 김을분 할머니의 손녀가 "할머니가 고향을 떠나기로 했다"는 사연을 인터넷에 올렸을 때도 보너스 지급과 관련된 불만이 동기가 됐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코리아픽쳐스 관계자는 "수익에 따른 보너스는 규정된 것도 없고 정해진 관례도 없으나 <친구>가 200억원대의 흥행 수익을 올려 이례적으로 거액을 보너스로 내놓았다"면서 "이를 둘러싼 불화나 갈등은 전혀 없었고 회계와 정산도 투명하게 처리했다"고 밝혔다.■조폭 영화ㆍ드라마 붐 문제 있나, 없나TV 드라마나 영화에 조직폭력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사회에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95년 SBS 드라마 「모래시계」가 효시로 꼽힌다. 당시 시청률 최고기록을 세우며 인기를 끌자 조직폭력배를 장래 희망으로 꼽는 청소년까지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 <친구> 역시 폭력배를 미화하고 살인 장면을 여과없이 묘사했다는 비난이 일어 국회 의정단상에서도 공방이 벌어졌는가 하면 수업중에 급우를 살해한 고교생이 "영화 「친구」를 40여 차례나 보면서 용기를 내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놓아 우려를 불러일으켰다.지난해 <친구>의 성공은 <신라의 달밤> <조폭마누라> <달마야 놀자> <두사부일체>로 이어지는 `조폭영화' 붐을 몰고왔으며 올해 들어서도 <가문의 영광>을 비롯한 조폭영화 양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최근 SBS 드라마 「야인시대」가 「모래시계」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자 폭력배를 미화한다는 비판여론이 인터넷 사이트에 쏟아지고 있다. 시청자 박병렬씨는 SBS 홈페이지에 "김두한은 결코 영웅이 아니라 그냥 건달일 뿐"이라면서 "청소년들이 드라마를 사실로 받아들일 우려가 많으므로 지나치게 미화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장형일 PD는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드라마에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다 반영할 수는 없으며, 그가 자유당 정권에 맞서고 박정희 군사정권에서 국무총리에게 오물을 뿌리는 사건을 일으켰던 점 등을 살펴보면 통상적인 깡패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