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가운데서 유럽의 향취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제3회 서울유럽영화제(메가필름페스티벌)가 오는 29일부터 나흘간 강남 코엑스의 메가박스에서 열린다. 거장들의 최신작들부터 유럽에서 올해 흥행한 화제작, 신인감독의 작품까지 14개국 28편이 상영된다. 유럽영화의 미래를 가늠케 하며 할리우드식 영화에 식상한 이들의 눈길을 끌어모을 것으로 보인다.개막작인 <인택토>는 스페인에서 무서운 신인으로 떠오른 후안 카를로스 프레나스딜로의 데뷔작으로 스페인 고야상에서 신인감독·신인연기상을 받았다. 비행기 추락사고의 유일한 생존자, 러시안 룰렛게임에서 항상 이기는 도박사 등 믿기 힘들 정도로 운이 따르는 이들이 자신의 운을 걸고 목숨을 건 대결을 벌인다는 팬터지 스릴러 영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풍부한 상상력과 유럽적 감수성이 살아있다.유명감독들의 최신작을 중심으로 묶은 ‘내셔널 초이스’ 7편 가운데는 먼저 옴니버스 영화 <텐 미니츠-첼로>(사진)가 있다. <텐 미니츠-트럼펫>에 이어 8명의 감독들, 베르나르도 베르톨로치·마이크 피기스·장 뤽 고다르·마이클 래드포드가 이 ‘시간의 명상’에 참여했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빔 벤더스의 신작 <비엘 파시에르트-쾰른에의 송가>를 놓칠 수 없다. 이번엔 쿠바재즈가 아니라, 독일 내 전설적인 록밴드 BAP를 통해 로큰롤로 들어갔다. 대니 보일의 <천국에서 홀딱 벗고 청소하기>는 텔레비전용 디지털 영화지만, 끊어지는 리듬 때로는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어지러운 영상으로 감독의 스타일을 잘 드러내준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못 가는 이들에겐 아키 카우리스마키, 마이클 윈터버텀, 프랑수아 오종의 신작들도 반갑다.올해 유럽 흥행작·화제작 10편을 상영하는 ‘핫 브레이커스’에는 한국에서 태어나 독일로 입양된 미카엘이 겪는 정체성을 따뜻하게 풀어낸 수작 <죽도 밥도 아니다>(마티아스 카일라히 감독), 위기에 빠진 수도원을 구하기 위해 3명의 수도사가 세상밖에서 벌이는 좌충우돌의 이야기 <신과 함께 가라>(촐탄 스피란델리) 등이 있다. 사회성 짙은 작품을 만들어온 지미 테루 무라카미 감독의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 캐롤>도 관심을 모으는 작품이다.영화제 행사장 주변에선 유럽 각국의 민속공연과 로데오 게임, 미니축구 시합 등 유럽인들의 놀이를 즐길 수 있는 부대행사들도 마련된다. 예매는 20일부터 영화제 홈페이지( www.meff.co.kr)나 극장 예매 사이트에서 할 수 있다.김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