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y Zone2001년, 감독 팀 블레이크 넬슨출연 데이비드 아퀘트, 대니얼 벤잘리, 스티브 부세미하비 카이틀, 앨런 코듀너장르 드라마 (우성)
유대인들을 집단학살했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는 ‘존데르코만도’라는 죄수들이 있었다. 그들은 유대인 동료들을 가스실로 보낸 뒤 귀중품과 머리카락, 치아 등을 골라내고 시체를 소각실로 옮기는 일을 했다. 학살에 동조한 대가로 조금 편한 숙소와 음식, 술과 담배 등이 주어지지만 기한은 단 4개월이다. 4개월 뒤에는 그들 역시 가스실로 향해야 한다. <그레이 존>은 학살을 자행하는 독일군과 학살당하는 유대인, 그 사이 ‘회색지대’에서 신음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다.
1944년 가을 폴란드 브레젠스키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의 존데르코만도인 슐러머와 로젠탈, 호프만은 호송되어 오는 유대인들의 옷을 벗겨 가스실에 넣고, 그들의 시체를 소각하며 살아남는다. 존데르코만도는 4개월에 한번씩 바뀐다는 것을 안 그들은 반란을 계획한다. 중공업 공업단지에서 일하는 유대인 여성들을 통해서 화약을 빼돌리지만 독일군에게 발각되고, 여성들은 독일군에게 고문당해 죽어간다. 한편 가스실에서 시체들을 치우던 호프만은 한 소녀가 신음하는 것을 발견한다. 존데르코만도는 멩겔레 박사의 조수로 일하던 유대인 니즐러 박사를 데려온다.
존데르코만도는 독일군을 위하여 유대인을 죽인다. 수용소 소장인 머스펠트는 자기가 살기 위해 동족을 죽이는 비열한 놈들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가스실로 끌려온 유대인 하나가 반항을 한다. 시계를 자신에게 맡기라는 호프만의 말에, 어차피 우리를 다 죽일 거 아니냐고 대든다. 호프만은 그의 부인이 보는 앞에서 남편을 때려죽인다. 비명을 지르는 아내는 독일군의 총에 맞아 숨진다. 독일군은 남자의 시계를 풀러 호프만에게 준다. 호프만은 피투성이에, 무표정한 얼굴로 시계를 받는다. 소녀를 살려낸 니즐러 박사는 자신의 아내와 딸을 구하기 위하여 반란계획을 머스펠트에게 알려준다. 그곳에는 고귀한 희생과 저항만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들은 서로를 비난하고, 따돌리고, 때로 죽이기도 한다.
<그레이 존>은 지옥에서, 악마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참혹하게, 진실에 가깝게. <도니 브라스코> <씬 레드 라인> 등에 출연했고 를 감독했던 팀 블레이크 넬슨의 <그레이 존>은 인간성이란 대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