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영화제는 단순히 영화를 틀고 감상하는 자리만은 아니었다. 1년에 한번씩, 노동영화운동가들이 모여 자신들의 성과물과 해외의 초청작들을 함께 보고 토론하는, 특별한 축제로 자리매김해왔다. 올해로 여섯해째를 맞는 서울국제노동영화제는, 그러한 노동영화제 특유의 행사성만큼이나 영화제의 내용인 영화 프로그램의 화려함을 자랑한다. 아르헨티나 ‘노동자의 눈’이 보아낸 ‘피케테로스’ 운동, 켄 로치의 조용한 ‘공포영화’ <네비게이터>에서 에밀리 왓슨, 수잔 서랜던, 존 쿠색, 빌 머레이 등 미국 배우 ‘노조원’들이 출연하고 팀 로빈스가 연출한 극영화 <요람은 흔들리리라>, 20세기 초 노동운동가에 대한 비디오아트 <어느 운동가를 위한 노래>, 월드컵의 이면을 다룬 국내 다큐 <그들만의 월드컵> <상암동 월드컵>까지. 올해 노동영화제가 차려놓은 영화프로그램은, ‘영화제’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기에도 손색이 없다.노동자뉴스제작단이 주최하는 제6회 서울국제노동영화제가 오는 11월12일부터 17일까지 대학로에 위치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4층)에서 열린다. 올해 노동영화제의 테마는 ‘자본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직면한 노동자의 삶과 투쟁’. 총 6개국 24편의 노동영화가 상영된다. 해외상영작은 아르헨티나, 진보적 극영화, 세계화, 노동운동에 대한 회고 등 4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아르헨티나 현지 노동영화제작집단 ‘노동자의 눈’이 만든 <삐께떼로스>(피케테로스(picketers)는 아르헨티나의 반실업노동자운동을 가리키는 말)를 비롯한 아르헨티나에 관한 작품들 4편이 아르헨티나 섹션에 마련돼 있고, 영국 철도민영화가 철도노동자에게 끼친 영향을 차분하지만 예리하게 담아낸 켄 로치의 <네비게이터>와 팀 로빈스의 2001년작 <요람은 흔들리리라>가 좌파적 극영화의 사례로 제시된다.
<어느 운동가를 위한 노래> <요람은 흔들리리라> <요람은 흔들리리라>는 수잔 핑크의 실험작 <어느 운동가를 위한 노래>와 더불어 이번 노동영화제에서 영화적으로 가장 시선을 끄는 작품이다. 1930년대 후반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됐던 동명의 연극을 둘러싼 ‘거의’ 실화에 근거한 작품 <요람은 흔들리리라>는, 안정된 할리우드적 극영화 기법과 아직도 여전히 우리를 ‘낯설게 하는’ 브레히트적 기법이 절묘하게 뒤섞인 영화다. 그런가 하면 <어느 운동가를 위한 노래>는 프랑크 리틀이라는 100년 전 어느 노동운동가에 대한 오마주를, 정사진과 문자, 간소한 기타 선율만으로 매우 독특하게 감각적으로 표한다.국내 작품으로는 노동자뉴스제작단과 동아엔지니어링 생존권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든 <노동자, 아름다운 사람들>, 다큐인과 장애인이동권쟁취를 위한 연대회의가 만든 <버스를 타자!-장애인 이동권 투쟁보고서> 등 ‘전문’ 다큐제작가들이 만든 화제작 외에, ‘카메라를 든 노동자 워크숍’의 작품들이 대거 선보인다. 이주노동자 투쟁을 기록한 이은주·김상민의 <Stop! Crackdown! Achieve! Legalization!>, 철도노조 영상패의 김승식이 만든 등이 노동자 영화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보여준다(문의: 02-888-5123, www.Inp89.org/fest, 관람료는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