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부산영화제에서 선보일 예정이던 베트남 비엣린 감독의 <미타오>가 돌연 상영 취소됐다. 베트남 정부가 이 영화의 프린트 반출금지 조치를 내린 탓이다. 그동안 부산을 비롯한 국제영화제의 상영스케줄을 일그러뜨렸던 ‘단골손님’은 중국이었다. 2000년 부산영화제 때 <샤워>가 중국 정부의 갑작스런 조치로 프린트를 받은 상황에서도 상영 못한 게 대표적인 경우였다.베트남 정부가 이 영화의 반출금지 조치를 내린 이유는 다소 어이가 없다. <미타오>의 주연인 돈두옹이 멜 깁슨 주연의 할리우드영화 <위 워 솔저스>에 출연해 베트남 정부의 명예를 깎아내렸기 때문이라는 것.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전 당시 ‘죽음의 협곡’이라 불리는 한 지역에서 395여명의 신출내기 미군들이 2천여명의 베트콩을 물리쳤다는 내용을 담은 <위 워 솔저스>가 사실을 왜곡했다고 비난해왔고, 이 영화에 출연한 돈두옹에게 ‘5년간 활동 금지’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베트남 정부는 <미타오>의 베트남 내에서의 상영뿐 아니라 해외영화제 출품도 금지했던 것.부산영화제 김지석 아시아영화 프로그래머는 “1주일 전 감독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사정을 듣고 너무 황당해 베트남 정부에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2000년 PPP프로젝트이자 올해 최고의 베트남영화라는 이 작품을 소개할 수 없게 됐다는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