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줄줄이 옳은 소리만 적혀있는 헌법 중에도 첫번째 항목인 위와 같은 내용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자, 그렇다면 창녀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는 간단히 말하면 ‘몸 파는 아가씨’가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이야기. 지난 9월말 크랭크인해 현재 25%정도 촬영이 진행 중이다.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는 아가씨 은비로 예지원이, 그녀의 조력자로 아나운서를 꿈꾸는 직업 여성 세영역에 아나운서 출신 연기자 임성민이 출연하고, 한때 가요계를 주름잡던 가수 남진이 이들의 정신적 지주 욕쟁이 베드로 신부로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의 촬영현장이 지난 9일 공개됐다. 촬영장소는 전북 전주시 서노송동에 위치한 ‘선미촌’이라는 홍등가. 제작진은 이곳 상가번영회의 협조를 받아 한 블록에 해당하는 일곱 곳의 업소를 무료로 대여받았다. 제작진에 따르면 실제 창녀촌을 오픈세트로 사용하는 경우는 한국 영화사상 처음이다. 따라서 재미있는 해프닝도 끊이질 않는다. 그중 하나로 며칠 전에는 한 술에 취한 아저씨가 진짜 창녀촌으로 오인 ‘업소 진입’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주변 업소의 장사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교통통제를 하지 않았던 것이 화근. 이에 접대부 역으로 동원된 엑스트라들이 오히려 이 아저씨를 자극했던 것도 사건의 또 다른 원인이었다고.
이날 촬영된 신은 은비가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하자 세영과 베드로, 업소 내 봉춘슈퍼 주인 아줌마(송옥숙) 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이를 만류하는 장면. “국회의원이 얘들 장난인줄 알아? 반장선거가 아니라 국회의원이야. 그래 이태리의 찌찌올리나도 있잖아, 찌찌. 걔는 포르노 배우잖아, 그리고 치치올리나고.”감독은 14년 전 연출한 영화 <사방지> 로 최근 여성영화제 등에서 재평가를 받고 있는 송경식 감독. 메가폰을 이용해 “레디 액션”을 외치는 모습이 최근 영화 촬영장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쉽게 탁탁 뱉어내야지, 우리 송동지(송옥숙)가 (연습) 한 번 시켜봐.”
송감독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출연해 서로 호흡을 맞춰야 하는 장면이기 때문에 만족할 때까지 리허설을 계속 진행했다. 리허설을 끝내고도 5번의 촬영 만에 OK사인이 떨어졌다.
배역이 배역이니만큼 배우들의 노출 의상도 눈길을 끌었다. 예지원은 은색 징이 박힌 파란 색 민소매 옷. 임성민의 의상도 민소매 옷에 청바지, 허리띠의 커다란 버클까지 영락없는 직업여성의 모습. 유난히 추운 날씨에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출연배우들은 감독이 컷 사인을 내리자 마자 조명 반사판으로 달려가 햇볕을 쬐는 모습이었다.
“자 배우들 다시 위치로. 남진 선생님 모셔와라”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는 이 곳 선미촌을 포함해 전북대학교, 전주 전동 천주교회 등에서 올 말까지 촬영을 마치고 내년 2월말께 개봉될 예정이다.
(전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