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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USC 초청받은 임권택 감독-제임스 영화확 교수 대담
2002-11-08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의 초청으로 로스앤젤레스를 찾은 임권택 감독은 그동안 한국영화, 특히 자신의 영화에 깊은 관심을 보여준 영화학과 데이비드 E. 제임스 교수와 6년만에 반가운 해후를 했다. 제임스 교수는 지난 96년 ‘임권택 회고전’을 시작으로 지난 3일 성공리에 끝난 ‘한국 현대영화 걸작선’에 이르기까지 세 차례 유에스씨 한국영화제를 개최해왔으며, 지난 1월 출간된 임권택 감독에 관한 최초의 영어 연구서 <임권택-한국의 민족영화 만들기>(Im Kwon-Taek: The Making of A Korean National Cinema)를 책임편집했다.

“칸영화제 수상이후 바쁜데도 불구하고 다시 찾아줘 영광스럽고 감사하다” “오랫동안 한국영화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보여준 덕에 이제 한국영화가 미국에 널리 알려지게 되어 한국영화계를 대신해 감사를 드린다”는 인사말로 시작된 두 사람의 대화는 자연스레 임감독의 최신작 <취화선>으로 이어졌다.

제임스= 지난 96년 임권택 회고전을 통해 임 감독이 하나의 영화적 양식을 발전시켰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근대 이전의 예술가들을 통해 한국영화가 현대와 교섭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춘향뎐>과 <취화선>도 같은 전략을 따른 작품들인데 이는 의식적인 노력인가.

임권택= 지구촌시대라는 현대를 살면서 영화감독으로서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왔다. 한국이라는 극동의 작은 나라에서 태어나 자라고, 그곳 사람들과 삶을 같이 해온 감독으로서 내가 만들 수 있는 영화는 그 사람들이 살아낸 순탄치 않은 삶과 역사의 질곡, 또 한국인만이 지닌 문화적 개성을 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임스= 그런 노력들이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반면 너무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이제는 오히려 그런 전략을 반복하는데서 오는 위험에 대한 우려는 들지 않는가.

임= 난 내 영화가 늘 달라지기를 원하는 감독이고 실제로 달라지려고 노력해왔다. <취화선>은 장승업이란 화가를 통해 거듭나려는 치열한 고뇌, 창의적인 세계를 향한 몸부림을 담으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을 성취해냈는가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다.

제임스= <취화선>을 어느 정도까지 당신의 자화상으로 볼 수 있는가.

임= 장승업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생존해 있는 한국화의 대가들, 그리고 김홍도 등 장승업 이전의 화가들의 삶을 연구하면서 그 공백을 메꾸려 했다. 그의 일상을 그려내면서 내가 특히 소화하기 좋았던 것은 나의 삶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었다. 술과 여자를 좋아하고 마흔이 넘어 늦장가를 갔으며 무엇보다도 그림과 영화라는, 장르는 다르지만 창의적인 세계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다는 점이 같았다. 내가 영화를 하면서 달라지고 싶어하듯이 장승업도 그런 치열한 고민없이는 대가가 될 수 없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가 노년까지도 절대 포만감이나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의 고뇌와 연관된 부분들은 나 자신의 체험을 녹여 재구성한 것이다.

제임스= 그동안 한국의 전통 예술가들에 대해 조사, 연구하면서 새롭게 배운 것이 있는가. 있다면 그것이 영화를 만드는데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임= <취화선>을 만들기 전엔 한국화에 대해 깊은 이해가 없었다. 영화를 만들면서 배워나갔고, 그 과정에서 우리 선조들이 하고자 했던 그림, 그들이 지향했던 세계가 무엇이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취화선>을 찍으면서 고심했던 부분은 한국화의 크기가 영화 프레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전체를 한 화면에 잡아 감흥을 주기 어려웠기 때문에 클로즈업을 쓰되 전체를 유추할 수 있게끔 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난 영화를 통해 한국적인 정서와 미학이 주는 감동을 국내외 관객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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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정리 이남(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