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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 언니네 이발관 새 앨범 <꿈의 팝송>
2002-11-07

세련되고 명징해졌다

언니네 이발관이 어느덧 7년차가 된 건가 이는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이름이 호기심의 대상이던 때로부터 훌쩍 뛰어넘은 시차임을 의미한다. 긴 세월에 비한다면 정규 앨범의 숫자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인디 음악 신의 대표 밴드로 기록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부단한 멤버 교체와 더불어, 인디 신의 침체기 같은 내·외부적 진통도 그들이 뚫고 나온 세월에 포함된다. 그 때문일까. 새로운 라인업(리드기타는 이능룡, 베이스기타는 정무진, 드럼은 전대정)으로 단장하고 발표한 4년 만의 신작 <꿈의 팝송>을 두고 말들이 오간다. 시끌벅적했던 첫 쇼케이스에 이어, 동 날 정도로 불티나게 팔린다는 음반 판매고에 대한 여러 뒷이야기들이 무성하다(진위 여부는 알기 어렵지만).

대부분의 밴드들은 통과의례처럼 시간이 흐르면 세련된 사운드를 추구하게 마련이다. 언니네 이발관이라고 예외일까. ‘언니네식 전통’에 따라 주 공격수로 배열된 첫 세곡을 보자. 첫곡 <헤븐(단 한번의 사랑)>과 세번째 곡 <괜찮아>만 들어봐도 영롱하게 울리는 신시사이저의 지분이 급부상했다는 점을 인식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건반악기 비중이 커진 것은 멤버 교체로 인한 스타일의 변화로 보여지지만, 이는 또한 좀더 세련되고 풍부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구의 방증일 것이다. 때문에 풋풋하면서도 다듬어지지 않은 날 기타 사운드 대부분을 부드럽고 풍부하게 공명하는 신시사이저에게 이양하게 된다. 초기멤버였던 데이트리퍼(류한길)의 공공연한 협업과, 외부인의 조업 역시 신시사이저 관련 작편곡에 상당부분 투입되었다는 것도 한 증거가 아닐까. 뿐만 아니다. 기타 역시 곡에 따라 다채로운 풍경으로 변모한다. ‘언니네식’ 기타 스트러밍으로 시작하는 두번째 곡 <나를 잊었나요>나, 배기성(캔)이나 태진아에게 팔려고 만들었다는 코믹한 秘史(+방송금지곡이 된 悲事)를 가진 <불우스타(不遇Star)>처럼 기타가 주도하는 곡들도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1996)만큼 거친 톤이 아니다.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리더 이석원 특유의 선율의 훅에 대한 집착이나, 청명하고 명징한 사운드에 대한 태도일 것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1집 이후 계속되어왔던 것인데, 초기의 냉소와 독설이 난무했던 초기의 이석원의 입담(<로랜드 고릴라>, <상업 그런지> 등)이 사라지거나 온건해진 점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초기에 언니네 이발관의 존재론으로 담론화한 아마추어리즘 이데올로기는 일종의 전략적 노림수였노라 순순히 고백한다거나, 초기에 부정했던 테크닉을 예술적 표현의 확장을 위한 도구로 정정하는 태도까지 보여준다. 혹자는 그런 고민을 표출하는 것 자체도 또 하나의 ‘전략’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들도 나이를 먹어가는 것일까. 앨범 발표 이전부터 간간히 선보여온 <2002년의 시간들>(외에 많은 곡들에서)처럼 그리움과 회상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나이가 든다는 건 때로 여유와 관조를 동반하지만 풋풋함과 신선함을 상실할 위험을 노정하기도 한다. 물론 이석원의 말처럼 언니네 이발관이 항상 날 서 있으란 법은 없지만.

풋풋함과 신선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1집에 더 애정을 보낼 것이고 세련미와 원숙미를 느끼고 싶은 이들은 이 3집을 더 추천할 것이다. 흥겨운 리듬감을 원한다면 2집의 <어제 만난 슈팅스타>가 제격이고. 최지선/ 웹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