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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들 잇단 소송 ‘배신감 때문에?’
2002-11-05

최근 영화사와 배우 사이에 두 건의 소송이 잇달아 영화계가 씁쓸해 하고 있다.

우선 <친구>의 820만 관객신화의 주인공이었던 곽경택 감독과 배우 유오성씨가 각각 관계된 진인사필름과 JM라인이 소송을 내고 곽 감독이 지명수배를 당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지난 7월 <챔피언>의 개봉도중 투자배급사인 코리아픽처스 등이 자신의 동의없이 광고를 내보내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유씨가 소송을 낸 데 이어, 지난달 31일 제작사인 진인사필름은 유씨를 상대로 5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이다. 진인사 필름의 양중경 대표는 “곽 감독이 그간 민사소송의 참고인으로 소환받았지만 그동안 유씨와 관계를 생각해 출두하지 않았더니 지명수배가 내려졌다”며 “조만간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을 것”이라 전했다.

또 한 건의 주인공은 <바람난 가족>의 출연을 둘러싼 명필름과 김혜수씨다. 김씨가 텔레비전 드라마 <장희빈>과 병행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이미 6일부터 새 영화의 촬영스케줄을 짜두었던 명필름은 사실상 영화촬영이 불가능해졌다며 김씨에게 5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명필름쪽은 “김씨에 대한 개인적 감정이 아니라, 영화의 모든 게 스타에 의해 휘둘리는 충무로의 관행을 우리만큼은 거부하겠다는 의미”라 말했다. 반면 김씨는 전화통화에서 “장희빈이라는 캐릭터는 내가 배우가 되길 꿈꾼 계기가 되었던 것이라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였다”라며 “끝까지 양해를 얻으려고 방송국과 계약도 마지막까지 미뤘으며 지금도 영화에 출연할 자세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두 건의 소송은 모두 남다르게 돈독한 관계를 자랑했던 영화사와 배우 사이에 일어났다. 당사자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돈 문제가 아니라 인간적인 배신감과 신뢰의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온갖 경우의 수를 생각한 치밀한 계약서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인간적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하면 더 치명적이다. 당사자들이 하나같이 ‘도덕적인 우위가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하며 언론을 통한 ‘기싸움’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해결의 길이 아닌 듯 하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