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데이비드 고든 그린(27) 감독이 장편 데뷔작 <조지 워싱턴>을 들고 제2회 광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2000년 완성한 <조지 워싱턴>은 궁핍한 미국 남부 지역의 흑인 청소년들의 생활을 냉정한 시선으로 담고 있으면서도 시적인 나레이션이 아름다운 작품이다. 같은 해 베를린 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받아 처음 공개됐고 뉴욕비평가협회 감독상 수상을 비롯해 영향력 있는 매체와 비평가들로부터 그해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첫 장편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며 다큐멘터리와 단편 작업을 했었다. 첫 장편을 만들기 위해 1년 반 동안 병원 청소부, 가정부, 화학공장에서 산을 만지는 일까지 닥치는 데로 일해 4만불의 제작비를 모았다. 대학 친구들이 무보수로 이 작품의 스탭으로 참여했다.
-왜 흑인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은가
=어릴 때 흑인이 많은 마을에 살았다. 흑인 친구들도 많았다. 많은 영화들이 흑인 아이들을 마약이나 폭력과 결부해 묘사하는 데 사실 그것은 일부의 문제일 뿐이다. 나는 흑인 아이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촬영 지역에 사는 비전문 배우들을 활용한 이유는
=일단 출연료를 줄 여력이 없었고(웃음), 만들어진 연기가 아닌 자연스러운 표정이나 움직임을 이끌어내고 싶었다. 촬영은 19일 만에 끝났지만 그 전에 여러 달동안 아이들과 함께 농구도 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카메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나갔다.
-당신이 보는 10대는 어떤 존재인가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한 존재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고 쉽게 분류되지 않는다. <조지 워싱턴>은 이런 면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여 주려고 했다. 아이들이 내 영화를 재밌게 볼 것같지는 않지만(웃음).
-앞으로 계획은
=두번째 영화를 완성했고, 세번째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조지 워싱턴>에서 오토바이 타는 백인노동자로 나오는 인물이 두번째 작품의 주인공인데 그는 편집을 전공한 내 친구다. 소니에서 2백만불의 제작비를 댔고, 세번째 영화는 미라맥스에서 만든다. 블랙코미디가 될 것같다. 돈 걱정할 필요없을 만큼 제작비가 늘어난 건 좋지만 그만큼 감독의 권한이 줄 것같아 걱정이 되기도 한다.
광주/글·사진 김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