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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의 홍기선 감독, 10년만에 <선택>으로 돌아와
2002-10-29

영화 <선택>(제작 영필름)은 92년 작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이후 10년만에 만들어지는 홍기선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96년부터 취재를 하기 시작했으니 영화를 구상한 지 6년만에 촬영에 들어가는 셈이다. 그동안 제작비 문제로 영화를 ‘엎은’지도 서너 차례. 비전향장기수를 사실적으로 그린 이 영화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 영화화할 수 있게 된 것은 10억 원의 제작비중 3억7천여 만 원의 영화진흥위원회 지원금을 제외한 부분을 신씨네가 전액투자하기로 한 덕분이다. 영화의 주인공 김선명씨는 한 장의 전향서 쓰기를 거부하고 45년을 감옥에서, 그중 21년을 0.5평의 독방에서 지냈다. 김씨까지는 안되겠지만 홍감독의 고집도 보통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건넸다.

“글쎄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네요.”

“80년대 말 신문에 장기수 문제가 나오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저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전향서 한장만 쓰면 풀려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45년을 감옥에서 버틸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 것이죠”

하지만 이런 의문은 지난 2000년 북으로 송환되기 전 수회에 걸쳐 김씨를 직접 만난 후 쉽지 않게 풀렸다.

“어떻게 보면 쉬운 논리예요. 강압에 굴복하지 않는 것, 동지애를 지키는 것이지 단지 사상문제만은 아니거든요. 그분들은 전향서를 쓰는 것보다 안 쓰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더군요.”

처음 다뤄지는 소재인데다 현재 진행 중인 역사라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홍감독은 “사실 저도 잘 모르는 얘기예요. 그들을 잘 모르는 보통사람들의 시각에서 이 영화를 이끌어갈 생각입니다. 결국은 대중에게 감동을 줘야하는 영화니까요.”

홍기선 감독은 장산곶매나 서울영상집단 등에서 활동한 80년대 영화운동권 출신이다. 80년대 말 장산곶매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그린 <오 꿈의 나라>를 제작했으며 농촌에서 농민을 등장시켜 찍고 농촌을 돌며 상영됐던 <파랑새>로 민중영화운동을 벌이던 그는 92년 현대판 노예선인 멍텅구리배에 억류된 청년을 다룬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로 상업영화 감독 데뷔를 하며 세련되지는 못하지만 솔직한 리얼리즘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비전향 장기수를 다룬 홍기선 감독의 새 영화 <선택>이 기대되는 것은 10여 년 전의 첫 영화때처럼 그가 과장이나 기교 없이 이 쉽지 않을 소재를 직시할 것이며 그 속에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